[김대통령-클린턴 통화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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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북 정상회담 이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4강에 대한 '설명외교' 가 본격화됐다.

金대통령은 16일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22분간에 걸쳐 평양방문 결과를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화 배경을 "남북 정상간 합의사항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미.일.중.러 등 주변 4개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추가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조치" 라고 설명했다.

특히 金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11월 브루나이) 참석 제의를 "金위원장에게 그대로 전했다" 는 등 평양방문중 미국의 관심사를 잊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통화는 최규하.전두환 전직대통령과의 오찬 도중 12시40분부터 1시2분까지 이뤄졌다.

金대통령은 뒤이어 모리 요시로(森喜朗)일본총리와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과도 통화했다.

독일을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조만간 통화할 예정이다.

다음은 클린턴 대통령과의 통화 요지.

▶클린턴〓축하한다.

▶金대통령〓목소리를 들어 반갑다.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지지성명해 준데 대해 감사한다.

자세한 건 외교안보수석이 워싱턴에 곧 도착해 설명드릴 것이다. 우선 두가지만 간략히 말하겠다.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게 됐고 경제.문화.관광.스포츠 등 전면 교류에 합의했다.

또 이런 문제로 당국간 회담을 갖기로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방문도 논의됐다.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 충분히 얘기했고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과 제네바합의를 준수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미사일문제가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안되는 만큼 현재 미국과 진행 중인 협상을 성공시키도록 강력히 요청했다. 주한미군 문제도 논의했다.

또 '자주' 라는 부분에 대해 북한은 외세 배격을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했다.

주변국과 잘 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온건 내가 결정한 것이지 미국이나 우방이 결정한 게 아니라고도 했다.

우리가 미.일과 긴밀한 공조를 하면서도 중국.러시아와 좋게 지내듯이 북한도 미.일과 잘 지내는 게 경제와 안정에 도움된다고 했다.

또 지난 6월 8일 도쿄(東京.오부치 전 총리 장례식)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APEC회의에 나오면 세계신문에 헤드라인으로 보도될 것' 이라고 한 클린턴 대통령의 말도 전했다.

▶클린턴〓자세한 설명에 감사한다. 이산가족문제를 합의한 건 큰 진전이다.

미사일 핵문제 등을 제기한 데 대해 감사히 생각한다.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사항이다.

金대통령과 이렇게 긴밀히 협의할 수 있었던 데 대해 감사한다.

이제는 다음에 우리 조치가 뭐가 될지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결정 전에 金대통령과 다시 의견을 나누겠다.

이번 회담은 金대통령 개인뿐 아니라 세계평화를 위해서도 대단한 승리다.

다음 APEC회의 때 다시 만나자.

▶金대통령〓격려해줘 감사하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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