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1100도로에 경전철 달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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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제주도가 한라산 중턱을 가로지르는 1100도로에 경저널·케이블카 등 친환경 교통수단의 도입 여부를 놓고 고심중이다. 사진은 1100도로 전경. [프리랜서 김영하]


제주도가 한라산 서쪽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1100도로 구간에 적합한 새로운 친환경 교통수단의 도입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1100도로는 제주시에서 한라산 어리목 등산로와 영실등산로를 경유해 서귀포시 중문을 잇는 35㎞구간. 제주도내 도로구간중 가장 고지대인 해발 1100m를 지난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이 도로를 운행하는 버스의 이용객이 거의 없는데다 버스 운행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덜기 위해 버스를 대체할 새로운 친환경 교통수단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모노레일 보단 경전철·케이블카=제주도는 4년여 전인 2005년 이 도로 구간에 모노레일 설치를 검토했다. 1100도로 중 어승생 입구~1100고지~‘거린사슴’ 16㎞를 본선으로 하고, 한라산국립공원 영실입구~영실휴게소 5.1㎞와 어리목입구~어리목 매표소 1.2㎞를 지선으로, 1420억원을 들여 1100도로에 높이 4.8m의 모노레일을 복선으로 깔아 40~90인승 궤도열차 2~4량을 운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건설비용이나 운영관리비 측면에서 만만찮은 부담은 물론 환경훼손 우려도 제기돼 사실상 이 계획은 포기했다.

경전철이나 케이블카는 이를 대체할 수단으로 검토되고 있다. 건설 비용이나 운영관리비가 모노레일이나 자기부상 열차보다 훨씬 적게 들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또 속도도 느려 계절에 따라 경관을 감상하기에 좋다는 판단이다. 경전철은 기존 도로를 이용한 주행로 설치가 가능하고, 케이블카보다 많은 인원을 태울 수 있고, 어디서나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반면 케이블카는 경전철에 비해 건설비가 적게 들고, 보다 높은 곳에서 경관을 본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경전철은 비교적 직선이면서 평평한 도로에 적합한 운행수단이어서 굴곡이나 경사가 심한 1100도로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케이블카도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바람에 영향을 많이 받고, 출발지와 종점까지 가는 별도의 교통수단이 필요한 게 단점이다.

제주도는 나름대로 장점이 있지만 케이블카를 도입할 경우 한동안 잠잠했던 한라산 고지대 케이블카 설치 찬반 논란이 재연될 것을 우려해 경전철 도입에 무게를 두고 있다.

◆향후 일정은=제주도는 11월 제주발전연구원의 ‘저탄소 녹색성장 태스크포스’에 한라산 1100도로 친환경 교통수단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했다. 정부 녹색성장위원회의 과제로 선정해 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다. 도는 연구원 태스크포스에 사업의 타당성과 경제성 분석, 사후 관리 및 건설비 확보방안, 적합한 교통수단 등을 검토하도록 해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마련한다.

제주도는 경전철 등이 운행하게 되면 새로운 관광 수요를 만들어 내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고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100도로는 현재 동절기(11월∼3월)에 하루 왕복 14회, 하절기(4∼10월) 하루 18회 버스를 운행하고 있으나 이용객이 거의 없다. 도가 명령운행 노선으로 선정, 버스업체에 운행비용을 보조해 주고 있다.

양치석 제주도 교통행정과장은 “1100도로 구간에 경전철 등 친환경 교통수단을 도입하는 계획을 제주의 대표적인 녹색교통 성장과제로 선정해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양성철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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