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 감독은 33개 대회 우승, 냉혹한 승부사 … 베컴 얼굴에 축구화 날리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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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퍼거슨(68) 감독은 불같은 가슴과 얼음처럼 차가운 머리를 지닌 현역 최고의 축구명장이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인 퍼거슨은 1986년 맨유 지휘봉을 잡은 후 프리미어리그 11회, UEFA 챔피언스리그 2회, FA컵 5회 등 크고 작은 33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올 초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이 선정한 현역 최고의 감독으로 뽑힌 그는 99년 프리미어리그와 FA컵에서 우승한 데 이어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공로로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그는 팀을 위한 희생정신이 부족한 스타들을 가차없이 내치는 냉혹한 승부사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거나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특유의 스코틀랜드 억양으로 선수들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그의 콧바람에 선수들의 머리카락이 휘날린다고 해서 ‘헤어 드라이어’라는 별명이 붙었다. 2003년 퍼거슨 감독이 내지른 축구화에 눈가가 찢어진 뒤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데이비드 베컴 사건은 퍼거슨 감독의 성격을 알 수 있는 단면이다. 판 니스텔로이·후안 베론·폴 인스·로이 킨도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쫓겨났다.

반면 퍼거슨은 필드의 탕아들을 품에 안아 강인한 팀 정신을 구축하는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 98 프랑스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퇴장당한 베컴과 2006 독일 월드컵 잉글랜드전에서 루니의 퇴장을 연출한 호날두가 홈팬들의 엄청난 비난에 시달릴 때도 이들을 감쌌다. 독설과 함께 심리전을 펼쳐 상대 전열을 무너뜨리고 맨유 선수들의 결속력을 다지는 카리스마도 보여준다.

영국 언론은 차기 맨유 감독 후보들을 거론하고 있지만 퍼거슨 감독은 “아직 은퇴는 없다”며 더 많은 우승을 꿈꾸고 있다.

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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