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프레스센터 서비스 엉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물도 사서 먹어야 하고 식사할 장소도 마땅찮고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남북 정상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 11일부터 전세계 26개국에서 1천3백여명의 취재진이 몰려있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2층 프레스센터가 기본적인 서비스마저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6백여 외국기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88올림픽 이후 최대 규모의 취재진이 방한했는데 한국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외국기자들이 가장 황당해 하는 점은 물과 식사 문제. 국정홍보처가 운영하는 프레스센터 입구에 마련된 간이스낵에서는 5백㎖ 생수 한병(시가 5백원)을 무려 2천원에 판매해 당연히 무료 서비스인 줄 알았던 외국기자들의 당황하는 모습이 종종 목격됐다.

정수기 두대가 브리핑룸 입구에 설치돼 있으나 대형 쓰레기통 바로 옆에 놓여 있어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불만을 전해 들은 호텔측에서 14일 부랴부랴 생수값을 1천원으로 내렸으나 오렌지주스와 우유는 여전히 한컵에 2천원이고 샌드위치 한쪽도 5천원에 판매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 방송기자는 "외국 프레스센터에 많이 가봤지만 식사 장소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 이라며 "호텔 식당은 너무 비싸 나흘째 점심은 도시락, 저녁은 햄버거로 떼우고 있다" 고 불평했다.

의사 소통에 애로를 겪는 점도 불만사항 중 하나. 대학원생 26명이 통역 겸 안내 봉사자로 나섰지만 6백여명을 상대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방송사 부스에 형광등 하나 설치하는 데 사흘이 걸렸다며 투덜대는 일본 기자부터 하나밖에 없는 남자화장실에 여자 청소부가 상주하다시피 들락거리는 데 기겁했다는 미국 기자까지 외국 취재진의 '이유있는' 불만은 개소한 지 나흘이 지난 14일에도 끊이지 않았다.

롯데호텔측은 "음료와 샌드위치는 당초 임대조건엔 없었지만 서비스 차원에서 염가로 제공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