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첫 공개된 북 경호 모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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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3일 오전 평양 순안(順安)공항에는 남북 경호팀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사상 첫 합동 경호다.

김대중 대통령의 오른쪽 두 걸음 뒤에는 청와대 안주섭(安周燮)경호실장이 金대통령을 그림자처럼 뒤따랐다.

양복 차림의 우리측 경호원 4~5명도 金대통령을 중심으로 3각형 혹은 4각형을 이루며 바짝 붙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주위에는 군복 차림의 호위총국 소속 경호원 6~7명이 金위원장을 근접경호했다.

이중 두 사람은 金위원장과 똑같은 보폭으로 그를 따르며 최근접 경호를 펼쳤다.

두 정상이 탄 캐딜락이 공항을 떠나는 순간에는 군복 차림의 경호원 4명이 양쪽으로 나눠 차에 붙어 힘껏 달렸다. 비슷한 종류의 '위장' 차량도 뒤를 따라 움직였다.

특히 金위원장의 5~10m 반경 이내 경호원 중에는 '국제 군인체육대회' 사격과 근대5종 부문의 우승자도 들어있었다. 그러나 호위총국장 이을설(李乙雪.79)원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처럼 金위원장의 동선(動線)과 경호시스템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군복 차림의 노출경호는 국방위원장이란 직함 때문이다.

여기에다 권총을 허리춤에 시위하듯 찬 것도 일반적인 정상외교 의전현장에선 보기 힘든 장면이다.

또한 리시버 등 무선장비를 갖춘 경호요원들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만큼 경호의 자신감을 과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직 청와대 경호실 인사는 "金위원장의 공항 영접이 갑작스레 결정된 듯 양측 경호팀 간에는 손발이 맞지 않는 장면이 있었다" 고 지적했다.

양측 경호원이 서로 엇갈리게 위치를 잡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는 것이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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