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의전관례깬 동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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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정일 위원장의 공항 환영행사 중 또 하나의 깜짝 이벤트는 차량 동승이었다.

공항행사가 끝날 무렵 金대통령이 탈 캐딜락 리무진으로 다가간 金위원장은 金대통령이 환영인파에 답례하는 동안 차량 왼편에서 기다렸다. 벤츠를 주로 사용하는 북한측이 최근 미국제 캐딜락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곤 金대통령이 상석인 뒷좌석 오른편에 오르자 옆자리에 나란히 탔다. 영부인인 이희호(李姬鎬)여사는 다른 차량으로 안내됐다.

생중계로 이 장면을 지켜 본 외교통상부 의전관계자는 "정상외교 의전상 파격 중의 파격" 이라며 놀라워 했다.

국빈(國賓)방문이라도 함께 방문한 영부인을 고려해 공항행사 후에는 각자의 차량을 이용하는 것이 통상적인 의전관례이기 때문이다.

순안공항에서 金대통령이 묵기로 한 백화원영빈관까지 걸린 시간은 55분. 이 시간동안 金대통령과 金위원장은 차 속에서 두 사람만의 시간을 가졌다.

일종의 '차 속 정상회담' 이 이뤄진 셈이다.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두분이 차속에서 가끔 손을 잡기도 하고 마주보며 '우리 잘해보자' 는 말씀을 나눴다" 고 소개했다.

朴대변인은 "서로 많은 말을 했으며 金위원장은 94년 김일성-김영삼 회담 합의 당시의 金주석의 심정과 진행상황 등에 대해 얘기를 했다" 고 전했다.

金대통령은 金위원장에게 연도에 나와 따뜻하게 맞아준 평양시민과 동포들에 대해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 했다.

朴대변인은 "두분이 신뢰를 갖고 대화를 하고 있기 때문에 차 중의 정확한 말씀은 전달안하는 게 예의일 것 같다" 며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피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왕정국가에서 중요사항을 논의할 때 드물게 차량에 동승한 적은 있지만 차속 정상대화는 정말 의외" 라고 말했다.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金위원장이 평소 서방국가의 도청을 의식하는 스타일인 만큼 어쩌면 알맹이 있는 대화가 이 자리에서 이뤄졌을 수도 있다" 고 했다.

박승희.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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