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우주 탄생 이야기 알려주고 싶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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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이석영(43·사진) 교수는 별을 보는 게 일이다. 우주와 은하계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 속에 늘 꽉 차 있다. 그는 “우주는 아는 만큼 넓어지고 알면 알수록 재미있다”고 강조한다. 그런 생각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최근 『모든 사람을 위한 빅뱅 우주론 강의』(사이언스북스)라는 책을 펴냈다. 연세대뿐 아니라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도 4년간 교단에 섰던 강의 내용과 경험을 녹였다.

이 교수는 책을 “수필집 같은 과학책”이라고 정의했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천문학 서적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렵게 보이는 우주 이야기도 알고 보면 쉽고 재미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억’ 단위가 넘는 숫자나 그래프와 수식이 심심찮게 나오는데도 어렵지 않게 술술 넘길 수 있다.

천문학자로서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연대 천문학과를 마치고 미국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고더드 우주비행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그 뒤 미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물리학과 연구원을 거쳐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로 옮겨 물리학과 학생들을 가르쳤다. 16년 동안 써낸 논문이 100편을 훌쩍 넘는다. 2005년엔 타원 은하와 관련한 획기적인 발견을 해 주목을 받았다. 별 생성을 멈추었다고 알려졌던 타원은하에서 계속 별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이 연구 성과로 미국 천문학회 초청을 받아 기조연설을 하는 기회도 있었다.

그런 그에게 왜 일반인을 위한 천문학 서적을 썼는지 물어봤다. 그는 대뜸 “우리의 근원이 뭔지도 모르고 사는 건 좀 억울하지 않나요?”라고 되물었다. “‘빅뱅’ 하면 아이돌 그룹만 떠올릴 게 아니라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생각해보는 게 의미가 있잖아요. 우주가 있기에 지금의 나와 우리가 존재하는 거니까요. 이 드넓은 우주에 태어나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기적입니다.”

미국과 유럽에서의 경험도 책을 내는 결심을 하는데 한몫했다. 일반인들의 천문학에 대한 열정에 탄복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캠퍼스를 걸어가는데 나이 든 청소부 아저씨가 ‘무슨 공부하느냐’고 묻기에 ‘천문학’이라고 답했더니 바로 ‘그래? 넌 타키온(tachyon·빛의 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가상의 원자 구성 입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묻는 거에요. 계속해서 천문학에 대해 수준 있는 질문을 이어서 하더군요.”

뿐만 아니다. 비행기에 타도 천문학을 공부한다고 하면 서양인 승객은 대부분 눈을 반짝거리면서 여러 가지 질문들을 던지곤 했다. 천문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부러운 대목이다.

이 교수 본인이 천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성경책에 나오는 동방박사 이야기였다. “밝게 빛나는 별을 보고 찾아가 아기 예수를 만난다는 이야기에 끌렸어요. 어렸을 때부터 별이라는 존재에 막연하지만 강렬한 매력을 느낀 거지요.” 그 매력은 여전히 생생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하고 싶어 못 견디겠어요. 연구실에서 밤을 새기도 일쑤지요.” 그는 또 한국의 학생들이 미국이나 영국의 명문대 학생들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옥스퍼드와 한국 대학교에 차이가 있긴 하지요. 옥스퍼드 재직 당시엔 담당 학생 수가 둘이었는데 지금은 여덟이라는 점입니다. 한국 학생들 중에서도 인재가 참 많습니다. 잘 키워내는 게 사회의 몫입니다.” 그러면서 따끔한 한 마디를 곁들였다. “많이들 노벨상은 언제 타느냐, 우린 왜 못 타느냐고 묻지요. 하지만, 그런 마인드로는 노벨상은 요원할 뿐이에요. 과학에 대한 순수한 관심을 조금씩 높여갈 때 자연스레 따라오는 게 노벨상입니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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