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교예단 서울공연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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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4일간에 걸친 서울체류기간 시민들의 뜨거운 환대를 뒤로 하고 평양교예단이 11일 출국했다.

'인간이 아닌 신의 몸짓' 으로 서울 단독공연의 첫 자리를 성공적으로 마감한 평양교예단은 단순한 문화교류를 넘어서 '남북 정상회담' 이라는 거사를 앞둔 시점에서 화해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도 한 몫을 단단히 했다.

교예단 배우출신 김유식단장 등 평양교예단원 1백2명은 이날 오후 김포공항 2청사에서 주최측이 마련한 환송식을 마친뒤 중화항공 전세기편으로 베이징을 거쳐 북한으로 돌아갔다.

김 단장은 "우리를 환영해준 남측 관계자들과 서울시민들에게 감사한다. 이런 형태의 민간적인 왕래가 잦았으면 좋겠다. 다시 만나자" 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단원들도 2주전 입국했을때 다소 긴장감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큰 일을 잘 마친 때문인지 밝고 편안한 얼굴로 연신 손을 흔들었다.

이번 공연은 민간차원의 남북한 문화교류는 반세기 분단에 따른 이질성을 자연스럽게 해소하고 통일의 디딤돌을 놓는 기초공사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했다.

총 11회 공연을 관람한 13만2천명 관객들은 단원들이 고난도 묘기를 성공시킬때마다 환호성을 올리며 교예단과 자연스럽게 호흡이 일치했다.

관객들은 또 공연 피날레로 '통일의 노래' 를 합창하며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동안 남북 문화예술교류는 정치나 외교문제 등 외적 요인에 따라 부정적 영향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평양교예단의 공연은 최근에 전개된 일련의 남북관계 급진전에 부응이라도 하듯 '우리는 하나' 라는 정서적 공감대를 크게 넓혔다.

널뛰기와 탄력비행.봉놀이.모자재주 등 세계 정상급 교예가 펼쳐질 때마다 관객들은 갈채와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는 "남북한 화해무대에 절대 찬물을 끼얹을 수 없다" 는 여론으로 이어져 당초 일각에서 거부감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던 최고 15만원이라는 관람비용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쉬웠던 점은 김단장을 비롯한 교예단원들과 언론 접촉이 끝까지 이뤄지지 않은 것. "교예단측이 한사코 거부했다" 고 공연 주최측은 설명했다. 분단의 벽이 아직도 높음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박소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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