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살해 시도, 성관계 촬영 … 수련원 차지하려고 엽기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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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마음 수련을 내세운 수련회의 일부 회원이 수련원을 차지하기 위해 원장 살해를 시도하고 집단으로 성관계를 맺는 등 엽기 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적발됐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16일 “정신 수양단체인 H수련회 회원 정모(53)씨 등 71명을 살인미수·협박·절도 등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은 2007년 12월 5일 오후 1시쯤 광주시 북구 H 수련원에서 독극물을 넣은 커피를 원장 이모(55·여)씨에게 건네고, 계단에서 밀어 넘어뜨리는 등 최근까지 23차례에 걸쳐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2월부터 올 3월까지 수련원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을 음료수에 섞어 100여 차례 투약한 뒤 성관계를 가졌다. 정씨 등은 이 같은 장면을 비디오로 촬영한 뒤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인터넷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2007년 6월 수련원 헌금함에서 1500만원을 빼 내는 등 70여 차례에 걸쳐 회원들이 낸 돈 18억5000만원을 훔쳤다. 입건된 회원 중에는 의사·공무원·탤런트·교사 등 10여 명이 포함돼 있다.

H수련회는 ‘자기 본성을 찾아 평화로운 세상을 추구한다’는 것을 내세우고 1999년 초 결성됐으며, 이듬해 2월 평생교육시설을 세우기도 했다. 광주에 4곳과 순천·부산·서울에 1곳씩 7곳의 수련원에 모두 3000여 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창립자가 성 추문에 휘말려 미국으로 건너간 뒤 부산 출신 회원 7명이 광주로 와 수련회 운영권을 장악하기 위해 저지른 일”이라고 설명했다. H수련회 측은 “당초 수련회와 무관한 사람들이 수련회에 침투해 벌어진 일로 모두 자백하고 용서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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