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시험대 오른 대구시장 리더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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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민선 5년째인 문희갑(文熹甲)대구시장의 별명은 '문 핏대' 다.

청사 전체에 방송되는 간부회의에서도 "총무과장! 이달말까지 00과장 사표받아" 등 文시장의 호통이 자주 들린다.

호주머니에 공무원 윤리헌장을 넣고 다닐 것을 주문하면서 스스로는 취임과 함께 시장 관용차를 그랜저에서 쏘나타로 바꿨다.

일 욕심에 대해서는 누구나 그를 인정한다. 文시장의 치적 중에는 메마른 하천으로 보기 흉했던 신천을 사철 물이 넉넉한 시민공원으로 바꿔 놓은 것도 포함된다.

그 방식은 기상천외하다. 연간 수백억원이 들지만 하류의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물을 펌프로 상류까지 끌어올려 흐르도록 한 것.

그런 文시장의 대구시가 요즘 '위기' 라고 할 만큼 난맥상을 보인다. 지역에서 뇌물비리 수사가 벌어지면 대구시 고위간부들이 빠지지 않는다.

최근 본부장을 포함, 2명이 구속된 종합건설본부의 경우 그동안 특정업체가 용역물량의 70% 이상을 독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주에는 행정부시장이 사무실에서 부하직원을 폭행했다고 인터넷에 폭로돼 사의를 밝히기까지 했다.

올해 초 시민 3명이 희생된 지하철공사장 붕괴사고를 당했지만 아직 사고원인조차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시의회.대구상의 등 관련기관들과의 해묵은 갈등도 원활한 업무 추진을 가로막고 있다.

또 정무부시장은 5개월째, 시장 비서실장은 2년째 공석이다. 文시장은 마땅한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라고 한다. 그러나 직원들이 '윗선 보고' 를 돈키호테식 행동으로 치부할 정도로 조직내 의사소통이 경직돼 있다.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이라며 체념하는 분위기다.

직원들은 "우리가 너무 뒤쳐졌는지 아니면 시장이 너무 앞서 달리는 탓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고 수군댄다. 文시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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