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실체를 벗긴다] 7. 독일 바이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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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독일의 유전자 연구는 철저하게 상용화에 집중된다. 막대한 연구비를 투입하는 바이엘을 선두로 3백여개의 바이오 벤처가 미래의 생명산업을 향해 뛰고 있다.

정부지원으로 생명공학 기업을 돕는 벤처캐피털도 1백20여개에 이를 정도. 인간 유전체연구(HGP)완성을 눈앞에 두고 숨가쁘게 돌아가는 독일의 바이오 열풍과 이를 주도하고 있는 바이엘의 전략은 무엇일까.

아스피린으로 잘 알려진 독일 최대 제약업체인 바이엘은 지놈 사업에 회사의 사활을 걸고 있다.

15년간 매년 수천억원의 연구비를 쏟아부었지만 아스피린에 버금가는 후속 히트 의약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 바이엘의 21세기 지놈 전략은 바이오 벤처와의 제휴에서 찾고 있다.

지난해 미국 생물정보학 분야 바이오 벤처인 라이언사에 독점적인 투자를 한 것이 대표적인 예.

홍보과 베아트리체 엥겔은 "지놈 연구 활성화엔 정보통신 소프트 업체의 도움이 필연적" 이라며 "이 연구소에서 밝혀진 유전정보를 데이터 뱅크에 저장한 후 연구 목표가 되는 발병 유전자가 정해지면 바이엘 연구소에 있는 1백50만개의 신물질 중에서 효과를 테스트한다" 고 설명했다.

현재 우선 질병과 관련된 주요한 5백개의 유전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생명공학 업체인 인사이트제약.옥스퍼드글라이사이언스.겐자임.엑셀리식스사 등 미국을 중심으로 한 7백여개의 정보통신 및 생명공학 벤처기업들과 제휴하고 있다.

슈테판 쿠자와르 홍보실장은 "이와 같은 합작투자에 전체 연구개발(R&D)비용의 15%를 투자하고 있으며 조만간 20%로 늘릴 예정" 이라고 밝혔다.

제휴를 통한 시너지 효과에 대해 안드레아 크렙스 아태지역 총책은 "합병은 합병된 회사 직원들의 주인의식이 줄고 사기가 떨어져 생산성 감소를 가져올 수 있어 합작투자라는 방법을 택한다" 고 말했다.

바이엘 그룹은 제약부문 이외에도 건강(34%).농업(13%).화학물질(15%).폴리머(38%) 등 4개 그룹이 있고 바이엘 제약은 이 중 건강부문에 속한다.

슈테판 실장은 "지난해 아그파를 매각해 총매출액은 줄었지만 순수익은 24% 증가해 20억 유로(약 2조1천3백억원)였다" 고 내실경영의 현황을 자랑했다.

바이엘은 제약부문에서 3개 지역에 특화된 6개의 연구소를 운영한다.

독일.영국.이탈리아 등 유럽연구소에선 감염병.심혈관질환.뇌질환.만성폐질환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며, 일본 교토(京都)연구소는 천식을, 미국 연구소에선 암.대사성질환.뼈질환을 연구하며 생명공학 연구소를 따로 두고 있다.

이중 1965년 문을 연 독일의 부페탈 연구소의 규모가 가장 크다.

이 연구소의 1천6백명 직원 중 연구원은 7백명. 박사급 연구원 1명당 기술자 2~3명이 한 팀이 되는데 박사 이상이 2백여명이다.

버기트 파슈벤더 생물학 박사는 "현재 완성을 눈앞에 둔 지놈 분석결과를 첫 단계로 생각한다면 이들 유전자를 생물정보학적으로 분석한 후 질병과 관련된 기능성 유전자를 밝혀 이를 제품화하는 것이 이곳 연구소의 목표" 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 연구소는 지난해부터 연구원을 해마다 1백명씩 증원하고 있다.

연구소 중앙에 위치한 분자생물학 연구실 닐스 부카르트 박사는 감염병 연구를 위해 로봇을 이용, 신물질 테스트를 판독하고 있다.

"유전자 기능을 알기 위해선 수많은 신물질로 수용체.효소.유전자 변형된 세포 등을 검사한다" 며 "이런 과정을 수없이 거친 후에야 과연 어떤 것을 대상으로 신약을 개발해야 하는지 목표가 정해진다" 고 밝혔다.

통상 이를 알기 위해 1백~5백여개 물질을 한번에 검색할 수 있는 자동화된 시설을 이용한다.

이 연구소에서 하루 검색하는 물질은 20만개 정도. 그는 박사학위 취득 후 독일 최고 연구소인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근무하다 2년 전부터 이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국책 연구소나 기업연구소나 지놈 연구를 비롯한 기본적인 연구방법은 같지만 기업은 특정목표를 정해놓고 집중적인 연구를 하는 반면 국책연구소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다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이렇게 연구가 끝나 개발된 신물질은 이 연구실 건물 뒤편의 신물질 보관소에 보관된다.

현재까지 이곳에 보관된 물질은 50만개 정도. 보관소에서 근무하는 안드레아스 베크만 연구원은 "이곳의 첫번째 역할은 고유번호를 매겨 자료은행에 분류 보관하는 것이며 테스트가 필요한 경우 물질 그 자체를 전세계 연구소나 임상시험용으로 공급한다" 고 말했다.

바이엘 그룹 건강부문 중 제약업체의 전문의약품이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며 아스피린을 비롯한 일반의약품이 20%, 진단시약 분야가 20%를 차지한다.

지난 한해 매출액은 총 50억유로(5조3천억원)이며, 나머지 일반의약품과 진단시약이 각각 16억8천유로(1조8천억원)를 차지한다.

연구개발 비율은 매출액의 15.3%로 23억유로(2조5천억원)인데 이중 61%를 건강부문에 투자한 사실에서 보듯 바이엘의 지놈 연구결과에 대해 거는 기대는 크다.

부퍼탈= 황세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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