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생계형 경범죄자 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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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평생 파출소 한번
가본 적 없다는
일흔살 최씨 할머니.
갈비집 전단지를 돌리다
'호객 행위'라는 '범죄 혐의'로
즉심 법정 피고인석에 섰다.

"큰아들은 사업이 망하고
보증 선 작은아들도
월급을 가압류당했다오.
그래서 약값이나 보태려다…"

사채업자에게 넘어간
'전 재산'1t 트럭을 찾다 지쳐
그만 경찰에 거짓 도난 신고했다는
야채 행상 박씨.

"아버님 병원비
300만원이 없어…"

행여 친구들이 볼세라
모자 꾹꾹 눌러쓰고 낯 뜨거운
업소 스티커 돌리다 잡혀온
'이태백' 이씨의 하소연.

"눈칫밥도 하루 이틀이죠.
학원비라도 보태려다…"

즉결심판 법정에서
매일 벌어지는 일들…
고달픈 생활전선에서
어쩌다 법을 어겨 잡혀온
죄인 아닌 죄인들을 보고
근엄한 판사님도 연방 한숨.

추석이 다음주,
새벽 공기는 갈수록 차갑고
불황의 그림자는 짙기만 하다.

"벌금을 5만원이나 내면
이제 어쩌라고…"

10대 아들 학비 걱정에
울상 짓던 노점상 김씨 아줌마.
그러나 문자 메시지를 받곤
갑자기 얼굴이 환해진다.

"어머니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두 아들 올림▶▶"

※최근 경제난을 반영한 듯 전국 법원의 즉결심판 법정이 각종 생계형 경범죄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담당 판사들도 "피고인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도무지 벌을 줄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안타까운 사연들이 오늘도 '서민 법정'을 채우고 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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