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800선 가볍게 돌파…건설·은행 강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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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한동안 기대하기 힘들 것 같던 급등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7일 종합주가지수는 800선을 가볍게 돌파하며 연 6일째 올랐다.

6일 연속상승률로는 사상 최고기록인 25.5%에 달했다.

1주일간 수익률이 은행 정기예금 1년간 이자율의 3배에 달한다는 얘기다. 코스닥지수 역시 120대에서 6일 만에 160대로 30% 이상 치솟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남북 정상회담이란 대형 호재에 가려진 악재들이 회담이 끝나고 나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큰 만큼 '묻지마' 투자에 나설 경우 또 한번 낭패를 볼 우려가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 임박한 정상회담, 노출된 악재를 덮다〓전문가들은 7일 오전 쉬어가는 듯하던 주가가 급등세로 반전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증시를 짓눌러온 각종 악재가 정상회담이라는 호재에 뒤늦게나마 압도당한 신호라는 것이다.

신영증권 장득수 조사부장은 "독일에서도 통일된 뒤보다 동.서독 화해무드가 조성될 때 주가가 최고점에 달했었다" 며 "그동안 투신 부실과 현대사태란 악재에 눌려온 남북회담이란 호재가 본격 반영되기 시작했다" 고 설명했다.

8일 선물.옵션 만기일에 결제돼야 할 프로그램 매수물량도 1천억원 안팎으로 부담이 적어 단기 수급사정도 좋은 편이다.

여기에다 최근 외국인들이 1조원 가까운 매수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투자심리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 금융주와 남북경협주 주도 장세〓은행 합병구도가 윤곽을 드러내며 은행주가 주가오름세를 주도했고 이 불길이 증권주로 옮겨붙은데 이어 정상회담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남북경협주가 다시 주도주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주와 남북경협주는 그동안 외국인이나 기관의 관심을 끌지 못한 '장기 소외주' 라는 공통점도 있다.

동원경제연구소 온기선 이사는 "금융주와 남북경협 관련주의 상승은 장기 소외라는 '마른 장작' 에 은행합병과 남북경협이라는 '기름' 을 부었기 때문" 이라며 "최근 바닥권에서 대량 거래되며 올라 상승추세로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특히 현대그룹 자금난의 핵이었던 현대건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개장과 동시에 상한가까지 뛰어 올랐으며 대기매수 물량만 1천1백만주가 넘는 초강세를 보였다.

이밖에 대우.현대상사 등 무역업종, 동부한농.조비 등 농약주, 쌍용양회.동양시멘트 등 시멘트주 등 남북경협 관련주들도 이틀째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이번 주까지는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현재의 오름세를 꺾을 만한 악재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대유리젠트 김경신 이사는 "미국 증시도 최근엔 등락폭이 좁혀지며 안정세를 되찾아가고 있고 수급사정도 큰 무리가 없다" 며 "오름세가 며칠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수금이 계속 늘고 있는 데다 주가 상승폭이 단기간에 너무 컸다는 데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급등장세를 이용한 단타매매가 그만큼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코스닥의 경우 6월 공모주와 증자물량이 많아 개인의 매수세가 주춤할 경우 이같은 물량이 곧바로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무리한 추격 매수보다는 차익실현에 무게를 두는 게 안전한 투자전략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정경민.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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