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피치]167. 건전한 야유, 치졸한 야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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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부부의 이름은 크레익 부에노와 제니퍼 부에노. '부에노(Bueno)'라는 말이 스페인어로 '좋다, 아름답다(good)'는 뜻이고 보면 그 시조(始祖)가 좋은 일을 많이 하자고 그런 이름을 지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지난주 메이저리그는 그들이 관련된 '안 좋은 일'로 들썩거렸다. 그들은 '의자 투척 사건'의 주인공이다.

부에노 부부는 지난 14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홈구장인 네트워크 콜로시움에서 벌어진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를 보러 갔다. 모두 열성적인 애슬레틱스 팬으로 2년째 연간 회원이다. 그들이 즐겨 찾는 좌석은 1루 측 지정석의 그라운드와 인접한 자리. 관중석 가운데 세 번째로 비싼 지역으로 경기당 26달러(약 3만1200원)짜리다. 연간 회원에겐 22달러다(네트워크 콜로시움은 다른 메이저리그 구장에 비해 입장료가 싸다. 텍사스 레인저스 홈구장은 그 비슷한 자리가 40달러다).

부부는 남편 크레익의 독특한 취미를 살리기 위해 그 자리를 골라 앉았다. 그는 '헤클러(heckler.야유꾼)다. 그래서 원정팀 구원투수들이 몸을 푸는 불펜 바로 옆에 앉아 선수들에게 들리도록 야유를 보낸다. 그는 자신의 야유에 상대선수들이 동요하고, 결과적으로 홈팀 애슬레틱스가 유리해지는 데 자신이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그날도 그랬다.

-경기 뒤 기자회견을 바탕으로 재구성해보면 이렇다.

부에노: "오호~경사났네. 오늘 또 졌구나. 그래, 오늘은 또 누가 패전투수지?"(이 대목에서 크레익은 상대투수가 흥분하며 말을 받아주자 더 신이 났다고 한다.)

투수A:"×××××××."(크레익은 이 말이 자신의 어머니와 관련된, 좋지 않은 것이었다고 한다.)

부에노:(야유 전문가답게 더 뺀질거리면서)"아 그래? 거참 이상하네. 나도 방금 네 어머니를 봤는데. ×××××." (이 부분에서 투수 B가 욕을 하면서 달려들었고, 상황이 커졌다. 그러나 그럴수록 부에노는 자신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야유를 멈추지 않았다.)

부에노: 오호! 잘하면 치겠네. 어디 한번 때려봐, 때려보라고~.

불난 집에 기름 부은 격이다. 흥분한 투수가 달려들었고, 동료가 제지하자 다른 투수 하나가 의자를 관중석으로 던졌다. 부인 제니퍼가 그 의자에 맞아 코뼈가 부러지고 피를 흘렸다. 결국 레인저스 투수 세명과 코치 등이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사건은 아직 진행 중이며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의자를 던진 선수만 탓하기 힘들다. 부에노는 이름만큼 아름답지 못했다. 야구장 입장권에 적당한 야유를 보낼 권리는 있다고 해도 선수를 조롱하거나 모욕을 줄 권리는 없다. 선수를 흥분시켜 소란을 일으켰다면 나머지 선량한 관중에게 피해를 줬기에 이미 야구장에서 퇴출감이다. 그렇다면 건전한 야유의 수준이란? "쉿!" 어디선가 들린다. 우리 관중석에서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향수의 소리다. '피처 베이비~', '타자 베이비~'.

<텍사스에서>

이태일 야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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