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러시아 원유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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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중국 원자바오(溫家寶)총리가 21일부터 5일 동안 러시아를 방문, '에너지 외교'를 펼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프라드코프 총리 등을 만나 러시아산 원유.천연가스를 장기간 공급받기 위한 협상을 할 예정이다. 홍콩 문회보는 "원 총리가 2020년까지 러시아의 에너지.자원 개발과 기반시설 건설을 위해 120억달러(약 14조5000억원)를 투자할 뜻을 밝힐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극동 송유관 노선이 반드시 중국의 유전 지대인 다칭(大慶)을 경유토록 해달라"고 요청한다는 것이다. 중동 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러시아산 원유 도입량이 연 1500만t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하루 540만배럴의 석유를 소비해 일본을 제치고 미국(하루 2020만배럴)에 이어 둘째 석유 소비대국이 됐다. 2030년이 되면 석유 소비량의 85%를 해외에서 들여와야 할 지경이다. 그래서 러시아를 겨냥한 구애작전은 다각적이다.

먼저 국경 무역을 대폭 확대하자는 방안을 내놓았다. 헤이룽장(黑龍江)성에 4.5㎢의 자유무역지대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양측이 33억위안(약 4700억원)을 투자한다.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적극 지지할 뜻도 표명했다.

심리적인 작전도 병행한다. 원 총리는 이번 러시아 방문에 100명의 청년 대표단을 동행시켰다. 양측이 먼 미래까지 협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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