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진단] 증권주, 구조조정 방향따라 주가희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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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최근 증권업계는 사면초가다.

거래대금이 부쩍 줄어든 데다 겸업화로 고객들을 은행권에 빼앗기면서 수익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그런데도 증권사수는 41개로 외환위기 때보다 오히려 늘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증권업종 지수는 지난달 이후 15.3% 올랐다. 종목별로는 삼성(17.5%), LG투자(24.1%), 대신(12.3%), 현대(27.7%), 대우(22.1%), 굿모닝신한(30.7%) 등 대형 증권사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주가 상승의 재료는 단연 구조조정 바람이다. 우리금융의 LG투자증권 인수와 한투.대투증권 매각 추진이 증권업계 구도 재편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구조조정을 통해 증권사 수가 줄어든 뒤 살아남는 증권사들은 아무래도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다. 청산되는 증권사도 주당 청산 가격이 현 주가보다 높다면 호재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선 현재 ▶은행계 증권사▶그룹 계열 증권사▶비은행.비그룹 중소형 증권사 등의 구조조정이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진행되고, 주가도 여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대신증권 조용화 연구원은 "은행계 증권사는 은행의 거대한 영업 기반을 무기로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룹 계열 증권사의 구조조정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탄탄한 경쟁력을 보유한 데다 계열사로서 누리는 영업 이점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비은행.비그룹 중소형 증권사 중 경쟁력이 떨어지는 곳은 인수.합병(M&A)보다 청산의 길을 걷는 사례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점유율이 1~1.5%에 불과해 M&A 매력이 크지 않은 반면 주가에 비해 주당순자산은 많아 대주주들이 헐값에 팔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증권사들의 주가는 구조조정 전략에 따라 차별적인 모습을 보일 것인 만큼 종목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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