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골…이청용 날았다…볼턴 이겼다…감독 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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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후반 19분 볼턴의 이청용(오른쪽 둘째)이 웨스트햄 골키퍼(왼쪽)가 나온 것을 보고 오른발로 가볍게 공을 찍어 차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이청용의 선제골에 힘입어 볼턴은 3-1로 승리했다. [볼턴 AFP=연합뉴스]

축구를 배우라고 보냈더니 오히려 가르치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에서 ‘승리의 파랑새’로 자리 잡은 이청용(21) 얘기다.

이청용이 또 훨훨 날았다. 이청용은 16일(한국시간) 볼턴의 리복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 웨스트햄과 홈 경기에서 후반 19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10월 25일 에버턴전 이후 52일 만에 나온 시즌 3호골이자 13일 맨체스터 시티전 도움에 이은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다. 이날 승리로 볼턴은 리그 6경기 무승(2무4패)의 수렁에서 빠져나왔다. 동시에 17위(4승4무8패·승점16)로 올라서며 강등권에서 벗어났다.

◆축구 종가도 인정한 ‘위대한 골’=이청용이 잠잠하던 리복 스타디움을 뒤집어 놓은 것은 0-0으로 진행되던 후반 19분. 상대 진영 왼쪽에서 수비수 2명을 달고 중앙으로 방향을 튼 이청용은 클라스니치에게 패스를 내준 뒤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했다. 클라스니치에게서 볼을 돌려받은 이청용은 달려나온 로버트 그린 골키퍼의 움직임을 보며 침착한 오른발 칩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현지 중계진은 “환상적인 골(Fantastic Goal)”이라며 탄성을 질렀고 개리 멕슨 볼턴 감독은 “올 시즌 볼턴이 뽑아낸 골 가운데 최고의 골이었다”고 극찬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도 경기 후 “위대한 골(Great goal)”이라며 이청용의 결정력에 찬사를 보냈다. 스카이스포츠는 이청용에게 2경기 연속 양 팀 최고인 평점 8점을 줬다. 경기 MVP(맨 오브 매치)도 당연히 이청용 차지였다.

◆‘승리의 부적’ 이청용=올 시즌 볼턴이 프리미어리그에서 거둔 승리는 총 4승. 이 중 3승을 이청용이 골을 터뜨린 경기에서 챙겼다. 이청용이 도움을 올린 3경기 성적도 1승2무다. 이청용 스스로 ‘이청용 공격포인트=불패’의 공식을 만들며 팀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때 맨유에서 유행했던 ‘박지성 선발=무패’ 공식을 떠올리게 한다.

볼턴 관계자들은 “이청용이 골만 넣으면 볼턴이 이긴다. 볼턴의 보물이다”며 이청용을 ‘승리의 부적’으로 인정했다.

마침내 응원가도 등장했다. 이청용의 응원가는 ‘He shoots, He’ll score, He’ll eat your labrador, Chung-Yong Lee! Chung-Yong Lee!(그는 슈팅을 하고, 골을 넣을 것이다, 그는 너의 개도 먹어버릴거야, 청용 리, 청용 리)’가 반복된다. 박지성의 개고기송과 엇비슷하다.

이청용의 활약이 누구보다 반가운 것은 멕슨 감독이다. 경질설에 시달리던 멕슨 감독은 이청용 덕분에 2경기에서 승점 4점을 따내며 한숨을 돌렸다. 리복 스타디움에 걸려 있던 ‘우리는 멕슨의 경질을 원한다(We want Megson Out)’는 피켓도 웨스트햄전이 끝난 뒤 살며시 사라졌다.

멕슨 감독은 “최근 들어 더욱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다. 지금보다 훨씬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고 자신의 수명을 연장해 준 이청용을 한껏 띄웠다. 이어 “이청용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볼턴 팬은 물론 영국에서도 많은 사람이 알아볼 정도의 스타가 됐다”고 덧붙였다.

맨유는 홈에서 울버햄튼을 3-0으로 물리쳤다. 박지성은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출전하지 못했다.

김종력 기자


이청용 인터뷰

“골을 넣는 경기마다 승리를 해 기분이 좋다.” 이청용이 시즌 3호 골로 팀의 승리를 이끈 뒤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는 16일(한국시간) 웨스트햄과의 경기가 끝난 뒤 “득점을 올린 것도 기분 좋은 일이지만 승리했다는 사실이 더 기쁘다. 팀이 상승세를 타서 연승 행진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반 중반 이후 포지션이 바뀐 점에 대해서는 “초반에도 컨디션이 좋았지만 상대 수비수에게 돌파 방향을 계속 읽혔다. 감독님의 지시로 왼쪽으로 옮긴 후에 더 좋은 모습을 보인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동료에 대한 믿음도 드러냈다. “케빈 데이비스나 이반 클라스니치가 떨어뜨려준 공중볼을 리바운드할 기회가 많았다”고 겸손하게 입을 뗀 이청용은 “지난 경기에서 좋은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서로 믿음을 가지게 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 내용이 좋아진 것도 서로를 믿었기에 가능했다 ”고 평했다.

이정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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