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 화백의 세계건축문화재 펜화 기행] 종묘 정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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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임금이 몽진(蒙塵: 피란)을 갈 때 금은보화나 식량보다 우선하여 챙기는 것이 선대왕들의 신주(神主)입니다. 왕권의 근간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태조 이성계가 개성에서 한양으로 천도를 할 때도 신주를 모시는 종묘(宗廟)를 궁궐보다 먼저 지었습니다.

태조 4년(1395)에 지은 종묘는 7칸의 태실에 4대 조상을 모셨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모셔야 할 신주가 늘자 영녕전(永寧殿)을 추가로 짓고, 정전을 여러 번 증축했습니다. 그 결과 정전은 태실 19칸에 협실 각 3칸, 동·서월랑 각 5칸씩이 딸린 길고 아름다운 건물이 되었습니다. 길이가 101m에 달하여 세계에서 가장 긴 목조건물이라고 하였으나 일본 교토의 ‘33칸당’이 120m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세계 2위로 물러났습니다.

임진왜란에 불타버린 뒤 선조 41년(1608) 중건을 시작하여 증축을 거듭한 종묘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되었습니다. 정전에 49분의 신주가 모셔져 있고, 영녕전에 34분이 있어 총 83위의 신주가 있습니다.

종묘는 서울 도심 한가운데 있어 가깝고 친근한 휴식 공간이 되었습니다. 정문인 창엽문을 들어서면 길 가운데 박석을 깐 길이 있습니다. 가운데 높은 길은 혼령이 다니는 신향로(神香路)랍니다. 그 오른쪽은 임금이 다니는 어로이고 왼쪽 길은 왕세자의 세자로입니다. 이 박석길은 정전에 들어서면서 진한 회색의 전돌로 바뀝니다.

매년 5월 첫째 일요일에 지내는 종묘제례에는 제관들이 조선시대 복장을 그대로 갖추고 진행하는 모습이 무척 장엄하여 볼 만합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6호이며, 제례 때 연주하는 종묘제례악은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입니다.

김영택 화백 penwhag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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