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호르몬, 전립선암엔 '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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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근 남성 갱년기의 해결사로 떠오른 것이 남성호르몬 요법이다. 나이가 들면서 떨어지는 호르몬을 보충해주는 것. 이를 통해 남성 갱년기의 주요 증상인 성욕 저하.근육량 감소.복부 지방량 증가.골밀도 감소.우울증 등이 개선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킬레스건은 있다. 전립선암이다. '전립선암은 남성 호르몬을 먹고 자라는 암'이기 때문이다.

유방암이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요법의 덫이라면, 전립선암은 남성 호르몬 요법의 암초인 셈이다.

외국의 연구에선 남성 호르몬의 혈중 농도가 상위 25% 안에 든 사람이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은 하위 25%인 사람보다 2.3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전립선암 초기 단계인 사람에게 외부에서 남성호르몬을 공급하면 전립선암이 심해진다.

그러나 남성호르몬 요법이 전립선암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의료계의 다수 의견이다.

따라서 사전.사후 검사를 철저히 받으면 남성호르몬의 부작용으로 전립선암 환자가 될 위험은 극히 적다.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성원 교수는 "사전 검사 결과 남성호르몬 요법이 부적합하다고 판정되는 환자가 10%, 사후 검사에서 '시술 중지 결정'이 내려지는 환자가 20%에 달한다"며 "사전.사후 검사를 받지 않는다면 남성호르몬 요법을 받는 환자의 30%는 전립선암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래서 이 교수는 "검사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환자는 아예 남성 호르몬 요법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한다.

남성호르몬 요법의 사전 검사는 직장 촉진.전립선 특이항원(PSA) 검사.조직 검사 등이다. 여기서 별문제가 없고, 남성호르몬 수치가 ㎖당 3.5~4ng 이하이며, 복부 지방이 심하거나 골다공증 등 갱년기 증세를 보이는 남성에 국한해 남성호르몬 요법이 실시된다.

이후에도 처음 2년간은 3개월에 한번, 그 이후엔 6개월에 한번씩 사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김청수 교수는 "전립선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도 사전 검사에서 전립선암이 없는 것으로 판정되면 남성호르몬 요법을 받아도 무방하다"며 "남성 호르몬 요법과 전립선비대증은 무관하다"고 조언했다.

전립선암은 국내 남성암 가운데 여섯째로, 최근 5년간 유병률이 70%나 증가했다. 이 때문에 대한비뇨기과학회는 이달 13~24일 '1회 블루 리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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