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리 한미조사단 "피해없다" 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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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수십년간 폭음과 폭탄 파편으로 시달려 왔는 데 '직접적인 피해로 볼 수 없다' 니 누굴 놀리는 겁니까. " (金榮泰.52.매향5리 이장)

"폭음으로 수십명이 귀가 먹고 심지어 시집왔던 새 색시가 보따리를 싸는 현실을 무시하는 조사발표입니다.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해왔습니다. 무슨 죄를 받으려고 그런 발표를 합니까. " (李鍾寅.72.매향3리 주민)

경기도 화성군 우정면 매향리 미공군 폭격훈련장 폭격 피해에 대한 한.미 합동조사단(단장 異光吉 국방부 군수국장, 마이클 던 주한미군사령부 부참모장)에게 주민들이 이구동성으로 쏟아낸 얘기다.

조사단은 1일 매향리 우정면 사무소에서 지난달 8일 발생한 미 A-10지상공격기의 폭탄 6발 투하 사건에 따른 인근 주민 피해 조사결과를 공식발표했다.

그러나 참석 주민들은 "더이상 국방부를 믿을 수 없어 앞으로 모든 대화를 거부하겠다" 며 크게 반발했다.

◇ 합동조사단 발표〓국방부는 이날 "A-10전투기가 매향리앞 농섬에 투하한 폭탄으로 인한 직접적인 인명.시설.가축 피해는 없었다" 고 발표했다.

또 "주민들이 제시한 피해 가옥들은 폭탄 투하지점에서 2천~4천m 떨어져있으며 문제가 된 MK-82 포탄 6발이 동시에 폭발했다 해도 주택들은 피해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 고 말했다.

조사단은 "지반이 연암층이고 폭탄 6개가 동시에 폭발했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1천8백50m 떨어진 해안가에 미치는 미진(微震)은 초속 0.41㎝로 주택에 최소의 피해를 주는 초속 0.5㎝보다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 밝혔다.

조사표본으로 삼은 피해건물은 폭탄 투하장소로부터 2천20~4천20m 떨어져있다.

또한 주민들이 제시한 13명의 인명 피해(부상)와 42마리의 젖소 유산피해에 대해서는 폭발물에 의한 것인지 판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질문과 반발이 일자 "시설피해는 폭음 등과 무관하지만 인명.가축피해의 경우 주민들이 보상을 청구하면 적법절차에 따라 보상하겠으며 위험지역에 포함된 매향1.5리에 대해서는 이주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 고 밝혔다.

조사단은 지난달 18~27일까지 한.미군 관계자와 2개 민간전문회사를 투입, 주민들이 신고한 3천4백여건의 피해를 조사해왔다.

◇ 주민 반발〓주민피해대책위원회(위원장 全晩奎.44)와 한신대생 등 한총련 소속 학생 및 재야단체 회원 1백여명은 발표후 쿠니사격장 정문과 철조망 옆에서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즉각 사격장을 이전하는 등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주민피해 보상조치를 하라" 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대치했다.

그동안 집단행동을 자제해 왔던 직접 피해지역인 매향1.5리 이주대책위원회 측도 이날부터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주대책위원 백봉현(白鳳鉉.40)씨는 "합동조사단 발표가 주먹구구식이고 과학적인 근거제시가 없었다" 며 "특히 조사단에 주민측이 추천한 경기안전진단공사 기술고문 成모(수원과학대학)교수도 '시간이 촉박해 제대로 조사를 못했다' 는 말을 했다" 고 주장했다.

한편 대책위 집행부는 미 공군기가 사격훈련을 재개키로 한 2일 주민과 70여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취할 행동방법 등에 대해 대책을 논의했다.

全위원장은 "주민과 환경운동연합.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 등 1백20여개 시민.종교단체 회원.대학생 등 1만여명이 육.해상 폭격훈련장 전체를 점거하는 등 강력한 집단행동을 벌일 방침" 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안전진단공사(주민이 선정)서수원 대표는 "5월8일 농섬 폭탄투하와 관련된 합동조사에는 동의한다" 며 "지난 50년간의 누적된 피해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고 주장했다.

김민석 기자, 화성〓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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