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위 “운동을 하더라도 학업 게을리해선 안 돼 … 반드시 학위 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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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달러의 소녀’ 미셸 위(20·사진)의 생활은 말 그대로 ‘주경야독’이다. 미국 명문 스탠퍼드대에 재학 중인 그는 낮에는 골프, 밤에는 공부를 하는 일정을 1년 내내 소화하고 있다. 14일 오후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미셸 위는 “그동안 골프와 공부를 병행하는 게 무척 힘들었다. 그래도 시험을 잘봐 무척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아버지 위병욱(47)씨 등 가족들과 함께 입국한 미셸 위는 “지난 학기엔 세 과목을 수강했는데 모두 B+ 학점을 받았다. 올해는 최소한 1~2과목에서 A학점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셸 위는 지난 12일 끝난 유럽여자투어 두바이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김인경(21)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그런데 1, 4라운드를 앞두고는 전공 시험까지 치러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미셸 위는 1라운드를 앞둔 9일 오전 1시부터 3시까지 e-메일로 시험지를 받은 뒤 미국 본토에 있는 스탠퍼드의 동료 학생들과 동시에 인터넷으로 전공 시험을 치렀다. 그러고는 오전 7시50분에 티오프를 했다.

마지막 날 경기가 열린 12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는 역시 같은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Ⅱ 시험을 봤다. 시험을 마치자마자 부랴부랴 골프장으로 이동해 낮 12시2분 최종 4라운드 경기를 시작했다. 이렇게 주경야독하면서도 미셸 위는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2007년 가을 스탠퍼드에 입학한 미셸 위는 현재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있다. 졸업을 위해 필요한 180학점 가운데 75학점을 이수한 상태다. 평균 평점은 3.45점(만점 4.0)으로 전 과목 B+ 이상의 우등생 수준이다. 프로골퍼로 활약하면서도 전 세계 수재가 몰려든다는 스탠퍼드에서 훌륭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 뭘까.

미셸 위는 “운동을 하더라도 학업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고학년이 될수록 공부할 게 많아져 골프를 병행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만 낮에는 골프를 하고, 밤에는 책을 읽으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미셸 위는 이번 학기에 전공인 커뮤니케이션Ⅰ·Ⅱ와 통계학 등 3과목 15학점을 신청해 수업을 들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한 과목을 더 늘려 20학점을 신청할 계획이다.

“가장 까다로운 통계학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요. 이번 시험에서 120문제 가운데 113개를 맞혔어요. 이 정도면 A학점이 기대되는 성적이죠. 전공인 커뮤니케이션Ⅰ·Ⅱ의 시험도 잘 봤어요. 두바이 레이디스 마스터스와 시험 일정이 겹쳐 공부하느라 애를 먹었는데 두 과목 다 A학점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요.”

프로골퍼 미셸 위가 공부하는 장소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이동하는 자동차 안이나 비행기 또는 대회장의 숙소가 그의 공부방이다. 그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틈날 때마다 책을 펼쳐 든다. 미셸 위는 지난달 LPGA투어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도 주경야독을 한 끝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호텔 소파에서 숙제를 하다가 대회에 나간 경우도 있어요. 이번 두바이 대회 때도 18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리포트를 작성하는 한편 시험 공부를 했지요.”

미셸 위는 “골프와 학업을 병행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반드시 스탠퍼드에서 학사 학위를 받고 말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휴식을 취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미셸 위는 이번 방한 동안 서울 강남의 의원에서 침을 맞으며 발목 부상을 치료할 예정이다. 미셸 위는 또 지난해 작고한 할아버지(고 위상규 박사)의 묘소(대전 현충원)를 찾아 성묘한 뒤 23일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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