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사이더 하우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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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내용보다 기교가 앞서는 영화에 식상한 영화팬이라면 놓쳐서는 안될 영화이다. 우선 특수효과가 많지 않아 감상하기가 무척 편하다. 그러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다. 중년의 위기를 그려 올해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아메리칸 뷰티' 에 비해 작품성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 영화 역시 아카데미상 최우수작품상.감독상.남우조연상.각색상 등 7개 부문 후보에 올라 마이클 케인에게 남우조연상을, 소설가 존 어빙에게 각색상을 안겨주었다.

'개 같은 인생' '길버트 그레이프' 등으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스웨덴 라세 할스트롬 감독이 연출했다.

1943년 어느 겨울밤 높은 언덕에 자리잡은 고아원 앞에 한 아기가 모포에 둘둘 말린 채 버려져 있다.

호머라는 이름을 얻은 이 아이는 여러 차례 입양되지만 얼마 못 가 다시 고아원으로 되돌려진다.

어쩔 수 없이 고아원을 벗어나지 못했던 호머는 원장이자 의사인 라치 박사의 보살핌으로 이제 고아원 아이들의 아빠노릇을 할 만큼 성장했다.

젊은 부부들이 고아원을 찾을 때마다 아이들이 보이는 반응은 눈물겹다. 자신이 먼저 입양되려고 갖은 애교를 다 부리는가하면 가방부터 챙기는 아이도 있다.

18세가 된 호머는 라치 박사에게 낙태수술을 받으러 온 젊은 부부로부터 도시이야기를 듣고는 바깥세상을 꿈꾼다.

그는 부모 이상으로 자신을 사랑하며 의술까지 전수하려던 라치 박사의 간청을 무시하고 도시로 향한다.

윌리라는 젊은이의 사과농장에서 일꾼들과 어울리면서 사랑에도 눈뜨고, 그렇게 세상사를 익히면서 라치 박사의 넓은 가슴에 새삼 감동을 받아 다시 고아원을 찾는다는 이야기이다.

이처럼 고아원 원장과 고아원 소년 사이에 오가는 끈끈한 정이 주된 내용이지만 남녀간의 진정한 사랑.근친상간.낙태.입양아문제 등을 생각하게 하는 작은 이야기도 많다.

원제 'The Cider House Rules' 6월 3일 개봉.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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