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미군 송유관 복구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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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회와 정부가 한국종단송유관(TKP) 처리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TKP는 미군이 유류 수송을 위해 포항~의정부 토지를 무상 제공받아 지하 1.5m 깊이로 451km에 걸쳐 매설한 지름 20cm의 송유관이다. 하지만 관이 낡아 기름 유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복원.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엄청난 비용이 들어 해결하지 못해왔다.

국회 이목희.최재천.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과 녹색연합.환경연합 등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가 기자회견 전에 열린 간담회에서 내년 4월 예정대로 TKP가 폐쇄되면 즉각 철거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국회 차원에서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국회.정부가 송유관 복원.철거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복구와 피해 보상에 수조원의 예산이 들어갈 전망이어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노선 중 대구~왜관 28㎞와 평택~안양 인덕원 76㎞를 제외하고 내년 4월 폐쇄될 예정이다.

◆ 철거와 보상 비용=녹색연합 서재철 국장은 "낡은 송유관이 고속도로 아래나 아파트 단지 사이를 지나가기 때문에 철거와 복원하는 데 들어갈 비용은 엄청날 것"이라며 "300㎞의 폐쇄 구간을 철거하는 것은 그에 해당하는 길이의 도로를 새로 건설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토지 이용에 대한 보상비도 엄청나다. TKP가 지나는 사유지 70만평의 경우 예산회계법에 따라 토지 소유주가 최근 5년간의 토지사용료를 청구할 수 있으며, 이 금액이 220억원에 이를 것으로 국방부는 파악하고 있다. 송유관을 계속 사용하는 구간의 사유지 16만7000여평에 대한 보상비도 매년 20억씩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다.

◆ 오염 정화=송유관 철거 과정에서 오염이 확인될 경우 이를 정화하는 비용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송유관이 매설된 92년 이후 18건의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13건은 공사 도중 송유관을 건드려 발생했고, 5건은 송유관 부식에 의해 일어났다.

2001년에 안양시 인덕원에서 기름이 누출됐고, 이로 인해 지난 4월에는 인근 공장에서 폭발 사고까지 일어났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에서는 지난 6월 평택~인덕원 등 TKP의 전면 폐쇄를 요구하는 소송도 제기했다.

◆ 복구 책임 논란=92년 TKP 소유권 협의 때 미군에 복구 비용을 요구하지 않은 것을 두고 2002년 국정감사 이후 계속 논란이 돼 왔다.

일부에선 92년 이전의 오염사고에 대해서는 한.미 행정협정(SOFA)을 통해 미군 측에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았지만 당시의 오염 현황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배상 요구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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