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등 질타에 착잡한 경제부처 관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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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이헌재장관을 비롯한 재정경제부 직원들은 25일 착잡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해찬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전날 열린 당정회의에서 "여러분은 실패한 관료" 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재경부 간부들을 강도높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김대중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국정개혁에 대해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면서 "6월 말까지 불안감을 해소하라" 고 질타하는 바람에 어깨가 축 처져있던 터였다.

이들은 자칫하면 당정간에 마찰을 빚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 조심하면서도 李의장의 발언에는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C과장은 "경제위기 극복을 가장 큰 치적으로 자랑해온 여당이 이제 와서 경제부처를 '나라를 망친 실패한 관료집단' 이라고 몰아붙인다는 것은 자기모순 아니냐" 면서 "부하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인신공격에 가까운 말로 장관을 망신주는 바람에 조직의 사기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졌다" 고 말했다.

한 고위 간부는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속도와 순서에 따라 구조조정을 계속 추진할 수밖에 없는데 모든 것이 잘못되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문제" 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그렇다면 李의장 자신은 '성공한' 교육부 장관인가" 하고 반문하는 직원들도 많았다.

요즘 재경부 내부에서는 "2차 금융구조조정 등 주요한 과제를 앞두고 외부에서 李장관에게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자꾸 흔드는 바람에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고 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연구위원은 "金대통령이 李장관의 손을 들어주든가, 아니면 개각을 심각히 고려해야할 시점" 이라고 주장했다.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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