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어딘가에선 지금도 굿판이 열립니다."
프리랜서 사진작가 김수남(55)씨의 말이다. 일간지 사진기자 출신인 그는 30년 넘게 굿판을 기웃거렸다. 1988년부터는 아예 해외로 나가 무당 사진을 찍었다. 아시아 굿판을 찍어 온 지난 17년의 세월 중 꼬빡 9년을 외국에서 보냈다. "굿에는 '신화(神話)'가 담겨 있어요. 굿 자체가 신에게 음악과 춤을 바치는 의식이니까요."
▶ 샤머니즘은 아시아 각국의 예술과 문화를 이해하는 창구다. 왼쪽부터 인도의 '테얌', 일본 나가노현의 '하나마쓰리(花祭)', 화려한 복장의 인디언 샤먼. [사진작가 김수남씨 제공]
목숨을 잃을 뻔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미얀마 정글로 들어갈 땐 태국을 거쳐 비밀리에 입국했다. 게릴라 부대와 함께 생활하기도 했다. 또 인도네시아에선 말라리아에 걸렸고, 중국에선 천안문 사태 직후 간첩으로 몰려 재판까지 받았다. 당시만 해도 중국 정부는 굿을 '사회주의의 적'이라며 강력히 금지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윈난(雲南)성 등 산악지대에선 소수 민족이 굿을 이어오고 있었죠."
샤머니즘에 빠져든 이유가 있었다. "수천년, 아니 수만년간 내려온 인간의 예술과 문화, 그 기초 토양이 바로 샤머니즘이에요." 굿을 보면 아시아 각국의 문화적 동질성을 한눈에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굿의 구성이나 무당의 모습이 굉장히 비슷해요. 일본은 약간 다르죠." 메이지(明治) 유신 때 '종교 개혁'차원에서 정부가 무당을 잡아들였기 때문이다.
일본은 사라진 무당 대신 지역 주민들이 그 역할을 도맡고 있다. "샤머니즘은 이처럼 아시아 문화를 이해하는 초석입니다. 우린 초.중등 교육에서도 강대국 문화에만 관심을 가질 뿐 이웃 문화에는 너무 소홀하죠."
김씨가 아시아를 돌며 찾아낸 샤먼들을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다. 10월 7~10일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열리는 '2004 아시아전통예술페스티벌'(한국문화예술진흥원 주최)의 주인공으로 입국하기 때문이다.
붉은 의상이 매혹적인 인도 케랄라 지역의 '테얌'과 일본적인 움직임이 돋보이는 '다카치오 가구라', 동양적 문화가 녹아 있는 인디언 샤먼의 전통의식 등 해외 8개 공연이 펼쳐진다. 또 '서해안 풍어제''남해안 별신굿''진도 씻김굿' 등 국내의 대표적인 굿들도 함께 무대에 오른다.
최종민 조직위원장은 "남산과 한옥이라는 배경이 아시아 각국의 굿판과 묘한 조화를 이룰 것"이라며 "아시아 문화를 더 깊고, 더 넓게 이해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www.ataf.or.kr, 02-744-0300.
백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