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윈도] 클린턴 부부의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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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요즘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부부를 보면 이들에게 언제 '르윈스키 스캔들' 이라는 폭풍우가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베갯머리에선 어떨지 몰라도 공개적인 장소에선 두 사람은 최상의 부부애를 과시한다. 힐러리가 상원의원 후보로 지명된 지난주 뉴욕주의 민주당 전당대회장.

힐러리는 "빌이 없다면, 그리고 그동안 나를 위해 빌이 해준 일이 없었다면 나는 오늘밤 여기 있지 못할 것" 이라고 남편을 칭송했다.

'부창부수(婦唱夫隨)' 라고나 할까. 클린턴은 자신의 연설시간에 "뉴욕의 다음 상원의원은 내 아내" 라고 선언해 버렸다. 지지자들의 환호가 폭발했다.

클린턴은 부쩍 아내에 대한 헌신을 나타내려 애쓴다. 그는 기자들에게 "(아내가 한표라도 더 얻기 위해)유권자 등록을 아칸소에서 뉴욕주로 옮기겠다.

그리고 아내 가까이에 머물겠다. 그게 결혼서약 아닌가" 라고 말했다. 사실 그는 퇴임후 아칸소주 리틀록에 있는 장모집에 머물 계획인데도 그렇게 장담했다.

클린턴의 행동이야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끊임없는 바람기 때문에 힐러리에게 빚을 지고 있지 않은가.

보다 눈길을 끄는 쪽은 힐러리다.

그녀는 젊었을 때부터 '유망한 여성 정치인감' 이란 평을 들었다. 1975년 28세의 힐러리가 시골 출신의 교수 클린턴과 결혼하자 친구 배지 라이트는 실망했다고 한다.

라이트는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감이 한 남자의 아내로 사라지고 있다" 고 느꼈다는 것이다.

57년 소련이 인류 최초로 인공위성(스푸트니크호)을 발사하자 중학생이던 힐러리는 자존심이 상했다. 그녀는 항공우주국에 편지를 보내 우주인 훈련을 받으려면 무슨 준비가 필요한지 물었다. "소녀는 신청할 필요가 없다" 는 답장에 어린 힐러리는 몹시 화를 냈다고 한다.

어디쯤에서 멈출지는 알 수 없지만 힐러리는 지금 그녀만의 정치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뉴욕주 상원의원 당선은 그 역주의 초반인 셈인데 그녀는 벌써 경쟁자였던 공화당의 줄리아니를 떼어놓았다.

클린턴.힐러리의 부부유착에 대해선 이들 두 사람의 정치적 성향을 꼬집어 "그들의 결혼생활은 정치적 도구" 라는 냉소도 나온다.

르윈스키 사건이 아무 일도 아니었다고 덮을 만큼 힐러리가 클린턴을 사랑하는 건지, 아니면 정치적 야심을 위해 부부관계를 도자기처럼 보호하는 건지 사람들은 잘 알 수 없다. 그래서 "클린턴 부부의 미스터리" 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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