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어학연구소 대표 김종석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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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대의 노하우를 활용한 정통 영어교육이 목표입니다.” 지난달 18일 발표한 경기권 외고 입시전형에서 64명의 합격생을 배출한 한국외대 부속어학원. 김종석 한국 외대 어학연구소 대표이사(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어학원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입시실적과는 대조되는 말을 했다. 그는 “외대 어학원은 입시 전문 학원이 아니다”라며 “정통 영어 교육이 입시와 바로 연계된다는 사실이 새삼 드러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어학원 초중등 프로그램 외대 교수진이 개발

한국외대 부속어학원(이하 외대 어학원)은 한국외대가 100% 지분을 가지고 운영하는 직영 어학원이다. 김 대표는 대학이 가지고 있는 어학원에 대한 철학을 강조했다.“입시 위주의 영어교육은 Speaking(말하기)·Writing(쓰기)에 치중한 나머지 독해·문법 등에 소홀한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초·중학생 시절이야말로 영어의 4가지 영역을 균형있게 학습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영어조기교육이 갈수록 강조되는 현실에서 대학의 사회적 책임도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는 것.

이런 이유로 한국외대 교수진이 직접 개발한 어학원의 초·중등 프로그램은 영어의 4대 영역(말하기·듣기·쓰기·읽기)을 균형있게 분배해 통합하는 시스템에 중점을 뒀다. 학생마다 부족한 영역을 진단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3C 특강반’은 올 겨울학기에 개설하는 외대 어학원의 야심작. 창의적(Creative)이고,비판적(Critical)인 사고를 통해 토론을 펼치는(Conversation) 수업을 뜻한다. 한국외대영어학과 리먼 맥라렌 교수가 직접 교육을 담당한다. 김 대표는 “공부할 주제를 학생들이 미리 조사해 영어로 토론하고 자신의 의견을 펼치게 된다”며 “주입식 교육과 달리 영어로 생각하고 남을 설득하는 힘을 길러줘 질적으로 높은 영어학습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루 6시간 학부모 상담…영역별 전문가 초빙

외대 어학원은 중학교 3학년을 제외하고 입시반을 개설하지 않는다. 초 1부터 중 2까지의 학생들은 소위 ‘정통 영어 교육’만 받는 셈. 그런데도 외고 합격생을 많이 낸 비결이 뭘까. 김 대표는 ‘실전 모의고사’를 꼽았다. 실전과 동일한 유형의 문제를 제한 시간 내에 반복하도록 해 지속적으로 학생들을 훈련시켰다는 설명이다. 올해 외고 입시의 복병은 단연 ‘듣기’, 그 중에서도 LRC(독해형 듣기)가 주목의 대상이었다. 김 대표는 “LRC뿐 아니라 단문형·대화문형·일반형 같은 전 유형을 포함해 방대한 양의 문제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 문제들은 대부분 실제 시험에서 적중했단다. 학원 수강생 중 안양외고의 시험을 치른 11명 중 10명이 합격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장기적으로 나타날 성과도 자신했다. 한국 외대식 정통 영어 교육을 받은 초·중학생이 수험생이 되면 따로 입시준비를 할 필요가 없는 실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외대 어학원은 2012년부터 수능 성적 대신 제출할 수 있는 공인인증시험으로 채택된 FLEX 시험준비도 수업 과정에서 소화할 예정이다.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비해 토플·텝스등의 영어인증시험 준비를 위한 수월성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그는 “2011년 용인외고 입학사정관 전형에 필수인 FLEX 모의고사 강의는 외대 어학원에서만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대학에서 수억 원을 들여 개발한 문제와 강의인 만큼 품질에 자신있다”고 말했다.

대학이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어학원을 설립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주변 학원에서 우리학원과 한국외대는 아무 관련이 없고, 심지어 저도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아니라는 소문을 퍼뜨리곤 했지요.” 또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 일반 사교육 업체에 비해 학생 교육에 소극적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 대표는 정공법을 택했다.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매일 6시간씩 학부모와 개별 상담을 했다. “학생의 성적표와 테스트 결과를 펼쳐놓고 학부모 한 분당 30분이 넘게 대화를 나누며 고민했습니다. 상담실을 들어오실 때와 나가실 때의 학부모 표정이 달라지는 게 즐거웠죠.” 그는 “고입·대입에 입학사정관 전형이 확대될수록 영어교육은 ‘정통’으로 가야 한다”며 “족집게식·문제찍기 위주의 단기적 영어학습보다 전 영역을 고루 학습할 수 있는 장기적 커리큘럼을 선택할 것”을 추천했다.

[사진설명]김종석 대표는 “영어의 네가지 영역을 고루 학습시키는 정통 영어교육이 장기적으로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비하는데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

< 사진=김진원 기자 jwbest7@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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