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 파수꾼] 주남저수지 사랑모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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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 21일 오후 경남 창원시 동읍 월잠리 주남저수지 둑. 주남저수지를 사랑하는 시민모임 회원 20여명이 망원렌즈로 무언가를 관찰하고 있다.

1주일 사이 새 식구가 왔는지, 날아간 철새는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탐조활동이다.

이들은 철새만 관찰하는 게 아니다. 밀렵.자연훼손 등 철새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도 촬영해 경찰에 고발한다. 최근 주남저수지를 훼손하는 일이 잦아 일부회원은 평일에도 저수지를 찾고 있다.

회원들은 주남저수지에서 떠난 철새를 찾아 낙동강하구 을숙도와 경남 창녕우포늪 주변 철새도래지를 한달에 한번씩 다녀온다.

지난 7일 을숙도 탐조 때는 호주에서 날아 온 도요새 무리를 발견하기도 했다.

외국에서 날아온 철새를 발견하면 바로 해외 철새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다.

이 모임은 1996년 3월 결성됐다. 육군 칠성사업단이 주남저수지 입구에 아파트 1천가구를 건설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경남대 환경동아리 '까치놀이' 출신과 마산.창원 환경연합 회원 20여명이 주축이 됐다.

주된 활동은 주남저수지에 대한 학술조사와 보호활동. 현재 회원은 60여명. 그동안 철새 생태 사진전(96년 6월).밀렵으로 죽은 철새 박제전(97년 1월).철새를 찍은 엽서 발행(99년 1월).철새 수난 사진전(99년 11월) 등을 통해 주남저수지 명암(明暗)을 고발했다.

저수지 주변 음식점 등에서 파는 엽서(15장 1세트 3천원)대금은 기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회원들은 철새가 많이 오는 겨울철(11월~다음해 2월)에는 주말마다 탐조객을 상대로 철새 모이주기와 철새안내 활동을 펴고 있다.

99년 9월 홈페이지(http://www.junam.co.kr)도 만들었다. 생물 숙제하는 학생들이 즐겨 찾는다.

8개월 동안 1만2천여건이 조회될 정도. 실린 사진은 모두 회원들의 작품이다.

최종수(崔鍾守.36.생태사진가)대표는 "주남저수지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생태적 가치를 알리는 활동을 계속하겠다" 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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