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들 ‘낙원’ 찾아 북송선 탄 지 50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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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12월 14일 일본 니가타(新潟)현 니가타항. 재일동포와 일본인 처(妻) 등 이들의 가족 975명을 태운 배 한 척이 북한을 향해 출발했다. 50년 전 이렇게 시작된 ‘재일동포 북송사업’은 84년까지 186차례에 걸쳐 모두 9만3000여 명의 재일동포 및 이들의 가족을 북한으로 보냈다.

당시 상당수의 재일동포들은 “남한은 거지투성이지만 북한은 의식주가 무상으로 제공되는 지상낙원”이라는 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감언이설에 속았다. 일부는 한국인 차별을 견디다 못해 일본땅을 떴다. 일본 정부와 언론도 조총련을 지원했다. 북송 개시 후 북송동포의 비참한 생활이 알려졌는데도 북·일 양국은 북송 협정을 연장해가면서 북송사업을 계속했다.

63년 북송됐다가 2003년 북한을 탈출한 재일동포 2세 고정미씨는 조총련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북한과 조총련이 저지른 집단 납치극의 비극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고씨처럼 북송동포들의 환상은 배에서 내리는 순간 깨졌다. 자유에 대한 억압과 가난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조총련 조직은 한국의 발전상이 알려지면서 70년대 중반 이후 크게 와해되기 시작했다. 60만 재일동포 가운데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사람이 계속 늘면서 조총련 소속은 7만 명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이들이 북한 국적을 유지하는 것은 북한행을 택한 친지와 가족들에 대한 보복 우려 때문인 경우가 많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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