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왜 수송기 이용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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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를 적재한 평양발 수송기가 11일 태국 당국에 억류됨에 따라 항공편을 이용한 북한의 무기 수출 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99년 6월 미사일 부품을 실은 북한 선박 구월산호가 인도에 억류된 것을 비롯해 대부분의 수출이 배를 통해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수송기 이용은 무엇보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1874호에 따라 국제사회의 감시·적발이 세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8월 아랍에미리트(UAE)가 북한제 무기를 실은 이란행 선박을 억류했고, 6월에는 미얀마 쪽으로 향하던 북한 강남호가 미국의 추격설이 나오자 회항한 사례가 있다. 선박을 통한 무기 수출이 잇따라 벽에 부닥치자 항공편을 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항공편은 선박에 비해 신속하고 은밀하게 물품을 운송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무기를 싣는 작업 시간이나 이동 기간이 짧다. 적발될 경우에도 추적을 따돌리기가 선박에 비해 쉽다. 군 정보 관계자는 “한 중동 국가는 과거 민항기를 개조해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무기를 실어 나른 적이 있다”며 “외국 군사대표단이 타고 온 비행기에 무기를 실어 보내는 등 북한의 수법도 지능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경우처럼 국제 공조 체제를 가동해 중간 급유지에서 잡지 않으면 막기 어렵다는 얘기다.

긴급한 성격의 무기 구입 요청에 응하기 위해 항공기를 이용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보 관계자는 “소형 무기의 경우 구입을 원하는 국가나 특정 단체가 요구하는 납품 기일에 맞추기 위해 북한이 항공편을 쓸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처럼 중량이 가벼운 대공미사일이나 RPG-7 같은 무기는 항공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비행기 최종 목적지로 돼 있는 스리랑카의 반정부 세력이나 북한 무기의 주요 수입처인 중동 지역이 무기의 행선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들이다. 동구권 국적으로 추정되는 항공기가 동원된 것과 관련, 러시아 마피아와의 연계설도 제기된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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