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다르게 만들어 대박 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농민 임근성씨가 자신이 재배한 컬러 감자를 들고 서 있다. 오른쪽은 와인 한 병 분량의 안토시아닌이 들어 있는 ‘보르도 무’. [신세계백화점 제공]

13일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식품매장. 감자를 고르던 주부 박명옥(50)씨는 ‘보라감자’ 팩을 잡았다. 전시용으로 진열된 감자의 속은 선명한 보라색과 빨간색. 박씨는 “색깔이 독특하고 영양성분도 더 많다는 설명에 ‘컬러 감자’를 샀다”고 말했다.

컬러 감자처럼 우리 기술로 만든 채소들이 개성 있는 색깔과 강화된 영양성분을 바탕으로 콧대 높은 백화점 문턱을 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는 현미로 키워 낸 현미 동충하초를 판매 중이다. 강원대 성재모(65) 교수가 25년 연구 끝에 고압으로 쪄낸 현미에 동충하초를 키워 낸 제품이다. 나방이나 누에 같은 곤충을 먹이로 하는 일반 동충하초 가격의 절반 정도(140g·1만5800원)인 데다 곤충을 밑 재료로 하지 않아 수급도 원활하다. 또 별도의 건조 과정 없이 판매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유통이 가능하다. 이달 초 본격 판매를 시작해 매일 20~30건씩 주문 예약이 밀려든다.

농민 임근성(57)씨가 제품화에 성공한 컬러 감자도 매일 300팩(6개) 이상 팔리고 있다. 비타민C와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안토시아닌이 많이 포함된 기능성 감자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종자를 임씨가 3년여의 시간과 3억원의 비용을 들여 상품화에 성공했다. 지난 10월부터 신세계백화점 납품에 성공했다. 제품화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처음엔 임씨를 비롯한 다섯 농가에서 재배했으나 수확률은 일반 감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 썩은 감자가 대부분이었다. 컬러 감자가 생명력이 약한 탓에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감자 재배에 최적이라는 대관령 최상부에 감자밭을 마련하고, 전량 유기농으로 재배 중이다. 임씨는 컬러 감자 상품화에 성공한 공로를 인정받아 농림수산식품부가 주관한 ‘벤처농업창업경연대회’에서 우수 개발 농가로 선정됐다.

껍질은 물론 속까지 진한 보라색인 ‘보라색 당근’과 ‘보르도 무’ 역시 인기다. 보라색 당근의 고향은 아프가니스탄. 이곳에서 종자를 들여와 3년 만에 경기도 여주에서 농민 문용수씨가 재배에 성공했다. 개발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당근은 원래 봄가을 두 차례에 걸쳐 생산하는데 연중 따뜻한 중동 날씨와 달리 추운 12월에 파종해야 하는 우리나라 날씨에는 맞지 않아서다. 이를 알지 못한 문씨는 재배 첫해 6만6100㎡(약 2만 평)의 당근밭을 갈아엎어야 했다. 이듬해에는 조금이라도 날씨를 따뜻하게 하려고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당근을 키웠지만 아프가니스탄의 덥고 습한 환경을 만드는 데엔 실패했다.

현재 문씨는 보라색 당근을 가을에만 생산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 지난해 일반 당근의 25% 선이던 수확량을 올해는 50%까지 높였다. 그는 “보라색 당근의 가격은 일반의 세 배를 넘기 때문에 수지를 맞추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백화점을 방문했다가 보라색 당근을 본 일본 세븐일레븐 관계자와 수출 계약을 맺기도 했다. 와인 한 병 분량의 안토시아닌이 들어 있는 보르도 무도 일반 무보다 두 배 정도 비싸지만 독특한 색과 맛 덕에 김장철에는 물건이 없어서 팔지 못할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수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