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뜬소문도 여럿이 믿으면 점점 그럴듯해 뵈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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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루머
캐스 선스타인 지음
이기동 옮김, 프리뷰
192쪽, 1만1000원

베스트 셀러 『넛지』의 공동 저자 중 한 사람이 쓴 사회비평서다. 다양한 사례를 들어 인터넷 시대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소문의 날조와 유포· 폐해의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지은이에 따르면 거짓 소문은 ‘사회적 폭포효과(social cascades)’와 ‘집단 극단화(group polarization)’란 두 경로를 통해 위력을 발휘한다. ‘사회적 폭포효과’란 일단 어느 정도의 수가 되는 사람들이 소문을 믿게 되면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그것을 따라 믿게 되는 현상이다.

이를 테면 어떤 사람이 존스 상원의원이 나쁜 짓을 했다는 주장을 하면 이를 들은 사람은 확실히 반박할 증거가 없는 이상 그에 동조하게 되어 갈수록 그런 사람이 늘어난다고 한다. 개인적인 견해 또는 의문과는 상관 없이 집단과 행동을 같이 함으로써 다른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듣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집단 극단화’는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내부토론 등을 거치면 극단적 견해로 치닫는 현상을 뜻한다. 정보 교류를 통해 믿음이 강화되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짧은 토론 뒤에는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이 훨씬 더 강력하게 나타난다. 이는 흔히 집단이 개인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까닭을 설명해 준다.

이런 현상은사람들이 이미 자기가 가진 편향된 입장에 맞춰 정보를 처리하는 ‘편향동화(biased assimilation)’경향이 있는 탓이라 한다. 우리가 어떤 소문을 믿거나 안 믿거나 하는 결정은 그 루머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과 부합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특정 루머가 집단 혹은 국가에 따라 신뢰를 얻는 정도가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지은이는 “사회적 고통을 겪는 경우 루머는 더 활발하게 움직이며, 장기간 어려운 시기를 겪은 사람들은 루머를 믿고 퍼뜨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지은이는 거짓 소문의 폐해를 막기 위해 민형사상 처벌을 조심스레 제안한다. “어떤 생각의 진실 여부를 검증하는 최선의 방법은 시장 경쟁을 통해 그것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지 여부를 지켜보는 것”이란 ‘생각의 시장’이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처벌 가능성을 열어둔 법적 장치만 있어도 이른바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일으켜 소문의 날조와 유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법학자 출신다운 제안이긴 하지만 지난해 ‘촛불’로 홍역을 앓은 우리로서는 한 번 음미해 볼 책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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