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KCC 태풍 다시 상륙 … 마스크 쓰고 8도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KCC 전태풍(오른쪽)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코뼈를 다쳐 입원했던 전태풍은 이날 얼굴보호대를 쓰고 경기에 나와 6득점, 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전주=연합뉴스]

허재(44) KCC 감독이 강동희(43) 동부 감독을 상대로 1패 뒤 2연승을 거뒀다.

KCC와 동부의 경기는 ‘의형제 매치’로 불린다. 허 감독과 강 감독이 의형제나 다름없는 사이라서다. 시즌 개막전에서는 허 감독이 동부에 대패했지만 이후 2, 3라운드에서는 KCC가 동부를 연이어 격파했다. 개막 후 연패에 빠졌던 KCC는 어느새 공동 2위까지 치고 올라섰다.

10일 전주에서 열린 KCC와 동부 경기의 화두는 전태풍이었다. KCC의 혼혈 가드 전태풍은 코뼈 골절로 12일간 결장 중이었다. 전태풍의 출전에 대해 허 감독은 “오늘 아침에야 처음 운동을 시작했다”며 애매하게 대답했지만, 강 감독은 따로 묻지도 않고 “전태풍은 당연히 나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전태풍은 1쿼터 후반에 보호 마스크를 쓴 채 코트에 나섰다. 한참 쉰 데다 코뼈를 다쳐 움직임이 위축될 법도 했지만 거침없는 돌파는 여전했다. KCC는 동부를 78-65로 이겼다.

전태풍은 2라운드 동부전에서 3점포를 터뜨리며 상대 지역방어를 깼다. 이날 전태풍의 기록은 6득점·8어시스트. 자신이 직접 3점슛을 쏘는 대신 결정적인 어시스트를 했다.

전태풍은 부상으로 쉬는 동안 베테랑 팀동료 임재현에게 물었다고 한다. “내가 김승현(오리온스)과 다른 점이 대체 뭐냐”는 질문이었다. 임재현은 “김승현은 득점 기회가 있을 때도 패스를 잘 하지 않나”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날 전태풍의 패스로 승부가 갈렸다. 승부처는 3쿼터였다. KCC는 전반까지 동부의 수비에 막혀 39-39로 팽팽한 경기를 했고, 3쿼터 중반까지도 43-50으로 끌려갔다. 하지만 이후 추승균, 이동준, 강은식, 마이카 브랜드의 연속 3점포가 터지면서 동부의 지역방어가 초토화됐다.

전태풍은 3쿼터 7분쯤 추승균의 3점포를 어시스트하더니 이어서 오픈 찬스가 난 센터 강은식에게도 패스를 뿌렸다. 3쿼터 종료 직전 전태풍의 손을 떠난 패스가 브랜드의 3점포로 연결되자 점수는 61-52. 이날 승부는 사실상 여기서 끝났다.

허 감독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전태풍이 잘 해줬다. 보통 오래 쉬면 헤매는 게 정상인데, 태풍이는 역시 용병급”이라며 싱글벙글했다. 임재현은 “태풍이가 개인플레이로 경기를 망친다는 말도 듣지만, 오늘처럼만 패스하면 더 바랄 게 없다”며 웃었다.

잠실에서는 삼성이 SK를 77-55로 대파하고 2연승을 달렸다. 6위 삼성은 7위 SK와 격차를 4경기 반 차로 벌렸다.

전주=이은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