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5일 정도 된 제브라피시. 몸이 유리처럼 투명하기 때문에 형광 유전자를 주입해 살아 있는 상태에서 내부 장기가 커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위쪽 사진). 붉은색 단백질과 형광 단백질로 염색한 제브라피시의 심장. 살이 투명해 살아 있는 상태에서 현미경으로 발달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아래쪽 사진). [연구소재중앙센터 제공]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재단법인 연구소재중앙센터 산하에는 과학자들에게 필요한 연구 재료를 공급하는 이런 기관이 여럿 있다. 제브라피시은행을 비롯해 서울여대의 항생제내성균주은행, 서울대의 한국세포주은행, 경희대의 인삼소재은행 등 39곳이다. 서울여대 캠퍼스 안에 있는 연구소재중앙센터는 이 대학 이연희(환경생명과학부) 교수가 센터장을 맡고 있다. 39군데 연구소재은행이 보유한 소재는 동물 17종 약 42만 건, 인체 10종 약 6만5000건, 미생물 11종 10만여 건, 식물 10종 약 1000만 건 등이다. 국가 지정 연구소재은행은 우리나라 과학자들에게 제때 요긴한 연구 재료를 공급하는 체제를 갖췄다.
항생제 내성균주 은행에 있는 여드름균(왼쪽). 유산균에 의해 죽어가는 여드름균(오른쪽).
국내에서 연구소재은행의 시초는 1984년 당시 서울대 의대 박재갑 교수가 위암과 대장암 세포주 등 5종의 세포주를 개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미국 세포주은행으로부터 이런 세포를 사는 데 한 가지 세포에 100달러씩을 줘야 했다. 주문에서 도착까지 시간도 많이 걸렸다. 핵심 세포주는 분양도 잘해 주지 않을 때였다. 그렇게 시작된 한국세포주은행에는 지금 2500여 표본에서 개발된 338종류의 세포주가 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암 세포주만 해도 120여 종에 이른다.
항생제내성균주은행은 항생제를 개발하는 제약사나 과학자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여기에는 수퍼박테리아 100여 종을 비롯해 1만2000여 종의 박테리아가 액체질소 통 속에 저장돼 있다. 지난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수퍼박테리아를 잡는 항생제 후보물질을 개발했을 때도 이 은행의 수퍼박테리아를 분양받아 약효를 실험했다.
이 밖에 연세대 의용절지동물소재은행에는 집 진드기와 바퀴벌레가 사육된다. 부경대 미세조류은행에는 1300여 종의 미세조류가 순수 배양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사이콜(SciColl:Science Collection) 이라는 연구소재은행을 곧 설립할 계획인데 우리나라 소재은행 체제를 벤치마킹한다고 한다. 이연희 교수는 내년 2월 관련 콘퍼런스의 기조 연설자로 초청받아 한국의 성공 비법을 널리 알릴 참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