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거품론 대세…FRB만 "근거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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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세계의 부동산 거품 붕괴 가능성 논란의 한가운데에 미국의 집값 거품 논쟁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8월 발표된 7월 미국 기존 주택 가격은 예상을 깨고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 4월 미국 신규 주택 가격이 최고점을 찍은 뒤 내림세로 돌아설 때 기존 주택 값도 이제는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왜 집값이 안 떨어질까. 이제나 저제나 버블 붕괴 시점을 재고 있던 거품론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보란 듯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거품론은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 거품이다=HSBC증권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이언 모리스는 "미국 집값은 10~20%의 거품이 끼어 있다"며 미국 금리 인상이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집값이 과도하게 올랐다는 증거로 FRB의 공식 지표 중 하나인 임대료 대비 집값비율(PER:집값/임대료)을 들었다. 현재 미국의 PER는 약 125로 1990년대의 평균 100보다 25%나 높으며 특히 뉴욕.LA.샌프란스시코 등지에서 이 비율은 80년대 후반의 거품상황을 능가한다는 것이다.

골드먼삭스의 이코노미스트 빌 더들리는 "FRB가 버블의 붕괴 가능성을 과소평가해 온 것은 사실"이라며 "버블이 터진다면 그 책임도 그린스펀이 져야 한다"고 말했다.

◆ 아직 괜찮다=그린스펀은 반복적으로 "미국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위험은 낮다"며 거품론을 일축해왔다. 뉴욕 FRB의 조너선 매카시는 지난 8월 "집값 거품은 있는가?"라는 보고서에서 "건축 규제, 토지 부족 등이 미국 연안의 집값 상승을 불렀다"며 "현재 강한 수요가 집값을 뒷받침하고 있어 집값 거품론은 허구"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린스펀은 최근 거품론의 실체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지난 8월 말 상원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그는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크게 올랐음을 시인한 뒤 "미국 각 지역에서 주택 가격이 차이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일정한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버블 가능성에 대해 단언을 피했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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