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 맞는 5·18] 中.대중문화에 분 변화의 바람-방송·드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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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5.18에 침묵해오던 방송이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 시작한 것은 89년 2월이다.

신호탄은 MBC의 다큐멘터리 '어머니의 노래' 가 쏘아 올렸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고교생으로 죽음을 맞이했던 전영진군의 어머니를 통해 5.18의 시대적 의미를 되새겨본 역작이었다. 시청자들의 관심은 뜨거워 다큐멘터리로는 드물게 47%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당시 연출을 맡은 김윤영 MBC 교양제작국장은 "회사에서조차 정식 공문을 통해 MBC의 제작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는 통고를 할 정도로 힘들게 만들었다" 고 말했다.

방송이 나간 뒤는 더욱 험악했다. "정체 모를 사람들로부터 연일 '죽이겠다' 는 협박을 받았다. 한달간 집에도 못들어가고 가족들은 다른 곳으로 피신시켜야 했다." 金국장의 회고다.

그해 MBC에 이어 KBS도 오랜 침묵을 깼다. '광주는 말한다' 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일지와 쟁점들을 꼼꼼히 정리한 프로였다. 당시 연출자였던 남성우 KBS TV1국 주간도 "협박은 다반사였다" 고 전했다.

방송은 뒤늦게나마 이처럼 다큐멘터리를 통해 5.18을 꾸준히 말해 왔다. 97년 MBC 다큐스페셜은 '5.18 사라진 작전 보고서' 에서 사망자와 부상자 숫자, 행방불명자 등의 문제를 거론했다.

KBS도 '5.18 학살의 진상' 등을 통해 실체의 진실에 접근하려는 자세를 꾸준히 견지했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야도 점차 넓혀갔다. 처음에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출발했지만 나중에는 진압군 등 가해자조차 역사의 피해자임을 역설하는 유연한 시각을 보였다.

올해 5.18 20주년 특집으로 KBS가 준비한 '광주항쟁 그 후 20년' 이나 MBC의 '충정작전, 그 후 20년' 등이 그 예다.

방송을 통해 5.18이 대중의 관심을 모으게 한 일등공신은 단연 SBS의 드라마 '모래시계' .95년 벽두에 방송된 '모래시계' (송지나 극본.김종학 연출)는 5.18의 현장에 서로 다른 모습으로 서 있던 두 젊은이 태수(최민수)와 우석(박상원)을 시대의 우상으로 만들었다.

최고 시청률이 64.5%에 이르는 등 장안의 화제를 몰고 온 이 드라마는 '모래시계 세대' 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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