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관·윤차관보가 린다김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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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991~98년 백두사업(통신감청용 정찰기 도입사업)을 총괄했던 권기대(權起大.57.육사 22기.예비역 준장)씨는 15일 취재팀과 인터뷰를 갖고 "백두사업 납품업체 선정에서 결정적 단계였던 95년 6, 7월 1차 선정 당시 국방부 이양호(李養鎬)장관과 윤종호(尹鍾昊)제2차관보가 린다 김이 로비스트로 활동한 미국 E시스템사를 노골적으로 지원했다" 고 밝혔다.

權씨는 특히 "당초 ○○부대가 '모든 '책임지고 기종 검토작업을 하도록 했던 방침을 돌연 변경, 국방부가 일방적으로 선정 작업을 벌이는 데 반발하자 李장관이 나를 직접 장관실로 불러 입을 다물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고 말했다.

○○부대는 국방부 직할 신호정보부대(북한 전역의 각종 신호를 포착, 정보를 분석하는 특수부대)로 백두사업 소요부대(구입한 무기를 실제로 사용하는 부대)다.

그는 91년부터 98년까지 ○○부대 군무관리관(1급 군무원)으로 일하며 백두사업 납품업체 1차 선정을 위한 평가작업을 지휘하고 정찰기 도입 준비 작업을 총괄했다.

李장관이 호출한 것은 95년 7월 20일 오후 3시로, 당시 ○○부대 부대장 李모 소장은 지방의 예하부대를 순시하고 있었다고 權씨는 밝혔다.

그는 "○○부대 기술과장 張모 중령과 장관실에 들어서자마자 李장관이 'E시스템이 좋다면서' 라고 소리쳤다" 고 술회했다.

그는 "감청장비를 정찰기에 장착한 상태에서 평가할 경우 TRW(감청장비)+팰컨(정찰기)이 가장 적절하다고 평가결과를 자세히 보고했으나 李장관이 전혀 들으려 하지 않았다" 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李전장관이 "팰컨은 비싸지 않으냐, 쏘나타 타면 될 걸 왜 그랜저를 타려고 하느냐" 며 '더 이상 잡음을 일으키지 말고 입을 다물라' 는 취지로 호통쳤다는 것이다.

李전장관은 이에 대해 "權씨를 장관실에서 만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고 말했다.

이에 앞서 95년 6월 1일 오전 국방부에서 열린 백두사업자 1차 선정을 위한 획득심의회의에서는 회의를 주재한 윤종호 제2차관보가 당초 국방부 방침과 달리 일방적으로 E시스템+호커안을 상정해 밀어붙였다고 權씨는 증언했다.

당시 회의에 옵서버로 참석했던 權씨는 "尹차관보의 일방적인 회의 진행에 논란이 일었으며 이에 尹차관보는 '그렇다면 李장관에게 결정권을 주자' 고 몰아갔다" 고 말했다.

尹전차관보(현 한국도로공사 부사장)는 취재팀의 거듭된 취재 요청에도 불구하고 일절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다.

한편 權씨는 98년 10월 국방부가 자신을 린다 김으로부터 두차례에 걸쳐 1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하면서 돈을 건넨 린다 김은 조사하지 않은 채 자신만 구속한 과정이 석연치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高모 국방부 검찰부장이 "사건이 정말 이상하다. 지금 權장군을 구속하면 미국에 있는 린다 김에게 입국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지만 위에서 막무가내다" 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權씨는 또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린다 김이 97년 10월께 한국에 있는 사무실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權장군에게 줄 1천만원을 만들라고 말했으며, 그리고 이같은 대화를 녹음해뒀다' 고 밝혀 테이프 공개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 말했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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