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올림픽 첫 메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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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마르코폴로 올림픽 사격센터에서 열린 아테네 장애인올림픽대회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허명숙선수가 배순학 선수단장으로부터 노무현대통령이 보내온 축전을 받고 있다. [연합]

그리스 아테네에서 개막한 제12회 장애인 올림픽 첫날 여자 사격에서 우리 대표팀의 대회 첫 메달이 나왔다. 당초 이 종목에서 금메달이 기대됐던 김임연 선수는 메달획득에 실패했지만, 허명숙 선수가 ‘금메달 못지 않은 은메달’을 따냈다.

18일(현지시간) 마르코폴로 올림픽 사격센터에서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 경기에서 허명숙(48)선수는 총점 489.3점으로 493점을 얻은 독일 슈메르문트 선수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당초 이 종목 4연패를 노렸던 김임연(37)선수는 485.5점에 그쳐 6위에 머물렀다. 또 남자 10m공기권총에서 금메달을 노렸던 출전한 이희정(36)선수도 5위로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고, 최종인(54) 선수는 예선 탈락했다. 시각축구 조별예선전에서는 우리 대표팀이 강호 브라질에 3대0으로 졌다.

은메달을 따낸 허선수는 결과가 확정된 뒤 눈물을 쏟으며 “어렵게 살아온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면서 “딸 걱정만 하다 5년전에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6세때 소아마비를 앓아 장애인이 된 허선수는 그동안 국내의 여느 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힘든 생활을 해왔다. 선수생활을 하면서도 겨울이 되면 연습을 접고 구슬꿰기같은 부업을 해야했다. 여기서 나오는 월 20여만원과 정부보조금 40만원이 수입의 전부였다. 장비도 변변치 않아 “갖고 다니기 민망할 정도”의 소총으로 연습하다 최근 삼성생명이 마련해준 장비를 갖고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허선수에게는 ‘연습용’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도 따라다녔다. 막상 대회에 나가면 번번히 연습때만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 이관춘 사격팀 감독은 “허순수에게는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이라고 말했다.

이 대회 4연패에 도전이 좌절된 김임연 선수 역시 경기장 한구석에서 또다른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김선수는 “4연패에 대한 정신적 부담이 컸다”면서 “컨디션 관리에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라고 아쉬워했다.

네티즌들은 장애인 올림픽 선수단 공식홈페이지(www.kowpad.or.kr/2004athens)에 글을 올려 분루를 삼킨 김선수는 물론이고 참가 선수 전체에게 격려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네티즌 ‘영석’씨는 “누나 너무 실망 마세요. 누나의 최선을 다한 모습에 금메달을 부여합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이 홈페이지의 응원메시지 코너에는 지금까지 약 500여건의 응원글이 올라와 있다.

우리대표팀은 19일에는 남자 10m 공기소총의 정진완(38) 선수를 비롯, 유도와 육상, 수영 등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우리 선수단은 금메달 16, 은메달 10, 동메달 9개로 대회종합 12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선수단을 격려하러 아테네를 방문한 김화중 청와대 보건복지특보는 장애인 올림픽 입상자에 대한 연금증액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김 특보는 19일 “귀국하는대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장애인 입상자에 대한 연금 증액을 건의하겠다”면서 “이번 입상자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경우 일반인은 매달 100만원의 연금이 주어지나 장애인은 60만원만 지급되는 등 장애인에 대한 연금액이 전반적으로 낮게 책정돼 있다.

김 특보는 또 “장애인의 재활 운동 분야는 지금처럼 복지부 소관으로 하되 장애인 선수 관리나 생활 체육에 관한 것은 문화관광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뉴스센터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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