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대궐' 이룬 경기 남양주 석화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면의 작은 동산 석화촌(0346-574-8002)은 요즘 동요 '고향의 봄' 가사처럼 '울긋불긋 꽃대궐' 을 이루고 있다.

1만2천평 동산 가득 붉은 철쭉과 영산홍이 활짝 피었고 군데군데 하얀 영산백과 수선화가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푸른 소나무와 대나무, 그리고 석불.석탑 등 4백여점의 돌 조각들도 곳곳에 늘어서 있다. 이렇게 꽃과 돌조각이 가득한 곳이라 해서 이름이 '석화촌(石花村)' 이다.

동산 한쪽 연꽃이 뒤덮인 연못에서는 미꾸라지와 민물 거북이 헤엄을 친다.

관람객들은 천천히 산책로를 따라 걷기도 하고 꽃숲에 앉아 향기를 음미하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아이들은 돌 조각에 오르락내리락하며 천진스레 장난을 친다.

해가 지면 석화촌은 새 옷을 갈아 입고 변신을 꾀한다. 노란 가로등불이 켜지고 그 빛을 받은 꽃들이 낮과는 사뭇 다른 풍광을 연출하는 것.

석화촌에 영산홍과 철쭉이 만발하는 것은 5월 중순까지다. 그 뒤에는 동백꽃처럼 영산홍 꽃송이가 통째로 떨어진다.

그렇게 낙화(落花)로 덮인 산책로를 거니는 것도 석화촌에서만 맛볼 수 있는 운치다.

석화촌은 한 개인이 만들었다. 바로 김춘기(45)씨다.

그는 늘 석화촌 안에 있지만 관람객 누구도 그가 이곳의 주인인지 짐작하지 못한다.

하긴 야외의 간이 식당에서 모자를 눌러 쓰고 빈대떡을 부치는 그를 석화촌 주인이라고 짚어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올해 여든 되신 아버님께서 꽃을 좋아하셔서요. 원래 성동구 중곡동과 하남의 물려받은 땅에 꽃동산을 만들었다가 88년 이리로 옮겨왔죠. "

다른 사람이 와도 막지 않아 아예 공원이 됐다. 당초 부친을 위해 꾸민 곳이라 입장료도, 주차비도 없다. 단 음식물은 갖고 들어가지 못한다.

대신 석화촌 안에 갈비.냉면.돌솥비빔밥 등을 파는 식당이 있고, 야외 간이 식당에서는 빈대떡 말고 주스.커피 등 음료수도 판다.

석화촌에 갔다가 표지판을 보고 부근 단종의 비(정순왕비 송씨)를 모신 사릉을 찾는 사람들이 종종 있지만 헛걸음이다.

문화재 보호를 이유로 관람객이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승용차로 가려면 태릉에서 47번 국도를 타고가다 퇴계원에서 390번 지방도로로 접어든 뒤 진건면 방향 표지판이 나오는 삼거리에서 좌회전한다.

대중교통으로는 지하철 2호선 강변역에 9-1번 버스가, 청량리역 앞에 165-3번 버스가 있다.

내리는 정류장 이름은 '사릉본동' . 기사에게 석화촌에서 내려달라고 해도 된다.

글.사진〓권혁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