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디젤차, 가솔린차보다 친환경적 … 국내선 오염 주범 취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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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70% 대 17.4%.

프랑스와 한국의 지난해 디젤 승용차 판매 비중이다. 이 수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포함한 것이다. 세단형 승용차만 보면 유럽이 40~50% 수준인 데 반해 한국은 1.5%(2008년)에 그친다.

엔진의 힘(토크)이 같은 배기량의 가솔린 엔진에 비해 훨씬 센 데다 연비도 좋은 클린(청정) 디젤 엔진. 유럽에서는 대표적인 친환경차로서 각광받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찬밥 신세다. 디젤차량은 시끄럽고 매연이 많다는 편견이 여전한 데다 제도조차 뒷받침이 안 돼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이상득·이명규 의원과 현대자동차·한국 보쉬 등이 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클린 디젤 글로벌 포럼’에서는 이런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포럼 참석자들은 현재의 환경개선 부담금제도를 개선하는 등 친환경차 보급 정책 전반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득 의원은 “업체의 디젤 관련 기술 개발을 돕고 소형차 시장에서 디젤 엔진을 보급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규 의원도 “국내에선 디젤 차량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리고 환경개선 부담금을 부과받는 등 시대착오적 정책이 추진돼 왔는데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에서 클린 디젤 차량에 대한 관심은 냉담하다. 2005년부터 세단에도 디젤 엔진이 허용됐지만 판매 비중은 최대 3.8%(2006년)를 넘지 못했다. 워낙 안 팔리자 업체들도 신차 투입을 꺼려 올해 10월까지의 비중은 1.1%에 불과한 실정이다.

반면 국내에서도 유럽산을 중심으로 디젤 승용차에 대한 관심은 계속 커지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판매차량의 70% 이상이 디젤이다. 지난해 말부터 1·3·5 시리즈에 디젤 모델을 투입한 BMW의 경우 이 등급에서 디젤 차량 비중이 벌써 20%나 된다.

아는 사람은 디젤의 장점을 인정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소비자는 이를 모르거나 별 매력을 못 느끼는 셈이다. 그렇다고 국산차의 디젤 기술이 크게 뒤처진 것도 아니다. 국내 자동차 관련 기술 중 선진국 수준에 가장 근접한 게 디젤 분야다.

그동안 디젤 불모지로 알려진 일본이나 미국에서도 클린 디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포럼에 참석한 일본의 레이서 출신 자동차 저널리스트 시미즈 가즈오는 “일본에서도 클린 디젤의 경제성·친환경성에 눈뜨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도 2020년까지는 전체 승용차의 10~15%를 클린 디젤차량이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해진 현대차 전무는 “디젤차 소비 진작을 하려면 유럽에서처럼 보유세·등록세 등의 세제감면 혜택을 줘야 하고 핵심 부품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값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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