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아세안 트러스트'호 최선숙·조경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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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 1등 항해사와 1등 기관사가 탄생했다.

10일 승진한 현대상선의 최선숙 항해사(27.右)와 조경주 기관사(27)가 주인공.

"처음엔 '남자들의 세계' 라는 선입견 때문에 이런저런 걱정거리가 많았으나 막상 바다 생활을 하다보니 이는 기우(杞憂)에 불과하더군요. 선상 규율이 엄격한데다 남성 선원들도 잘 대해주어 가족적인 분위기입니다."

또 요즘 외항선에는 승무원마다 욕실이 딸린 방이 배정돼 있는데다 전화와 도서관.헬스클럽.비디오.인터넷 등 웬만한 문화.편의시설은 다 갖춰져 있어 생활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고 이들은 밝혔다.

아직 미혼인 두 사람은 1996년 한국해양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현대상선 소속 외항선에 3등 항해사와 기관사로 승선했다.

지난 98년 2등 항해사와 기관사로 승진한 이들은 다시 2년만에 각각 1등 항해사와 기관사가 된 것.

이들은 앞으로 4년여 정도 배를 더 타면 국내 최초로 외항선의 여성 선장과 기관장이 될 수 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1등 항해사는 선장을 보좌하는 2인자 자리로 2.3등 항해사와 갑판원 등 마도로스들을 지휘한다.

1등 기관사는 선장과 동급인 기관사를 보좌하며, 10명여명의 기관부원을 거느리고 엔진 등 선박의 모든 기계를 정비.보수.관리하는 일을 맡는다.

세계 최대 규모인 2만2천t급 자동차 운반선인 '아세안 트러스트' 호를 타고 있는 이들은 "오대양을 넘나들면서 견문을 넓히고, 수출입 화물을 수송해 국가경제에 기여한다는 자부심도 생겨 이 직업에 매우 만족한다" 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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