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노동가치는 남편월급 + 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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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새벽 밥을 지어 남편과 아이들을 내보내고 쉴 틈도 없이 이어지는 청소와 빨래. 이런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은 과연 경제적으로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청소와 요리는 파출부에게, 세탁물은 세탁소에, 아이 돌보기는 놀이방에 맡기는 식으로 주부의 주관적 관점에서 따지면 남편의 한달 봉급으론 턱도 없다는 결과가 나온다.

실례로 일산 신도시에 사는 전업주부 이미숙(36)씨가 산정한 자신의 가치 명세서를 남편이 본다면 말문이 막힐 것이다.

격일로 파출부(4만원/하루)를 부르고, 두 아이를 놀이방 종일반(20만원/한달×2명)에 맡기고, 와이셔츠와 속옷도 세탁소(3천원/하루)로 보낸다고 가정해도 훌쩍 1백만원(1백9만원)이 넘어버린다.

여기에 아이들 숙제지도(10만원/한달×2명)와 엄마.아내역으로 산정한 금액(50만원/월)을 보태면 남편이 한달 월급(1백60만원)을 고스란히 주어도 부족하다.

이런 식으로 따지다보면 주부의 금전적 가치는 남편 월급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무한대' 가 될 것이다.

자동차보험사들이 전업주부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거나 해를 당했을 때 적용하는 보상기준은 일률적으로 월 73만5천9백87원이다.

이에 대해 여성계에서는 가사의 노동가치를 과소평가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부부가 이혼할 때 법원에서는 전업주부의 가치를 부부재산의 30% 정도 인정한다.

재산분할권을 행사할 때 전업주부가 남편의 월급만으로 살림을 한 경우 총재산의 30%를 주부의 몫으로 인정해주는 판례가 대부분이기 때문. 물론 전업주부라 할지라도 뛰어난 재테크 실력을 발휘해 재산형성에 큰 기여를 했다면 그 이상을 인정받은 판례도 많다.

이를 기준으로 삼아 따진다면 적어도 남편 월급의 30%는 주부가 가사노동의 대가로 자신의 몫이라고 주장해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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