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이름 부끄러운 사이버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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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어린이날.어버이날.스승의 날을 전후한 요즘 한 사이버 공간에서 3자가 모두 관련된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광주시 교육청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ketis.or.kr)의 '열린광장-소리함' .

공방전은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가 지난달 말 '억울한 학부모가 있어 의견들을 듣고 싶다' 는 글을 등록하면서 시작됐다.

8일까지 붙은 의견이 1백40건, 조회 수가 1천6백회를 넘고 있다.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관공서 홈페이지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숫자다.

논쟁이 불붙으면서 광주 M초등학교 6학년 학부모 Y씨가 직접 밝힌 사연은 대략 이렇다.

"2년 전 딸 담임 P교사가 요구해 임원 엄마들과 함께 28만원짜리 컴퓨터 프린터를 사줬다.

이 점 등이 교육청에 신고 들어가자 나를 의심해 험담하고 다녀 다른 학부모들한테 따돌림 당하게 했다. 지난 3월엔 학교로 자질 시비 전화가 오자 아이의 아빠를 의심하는 등 계속 고통을 주고 있다. 딸에게까지 정신적 피해를 줘 학교에 진정했는데도 확실한 조치를 안하고 있다."

Y씨를 편드는 글들은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나랴. 학부모가 교사에 대해 말하기 어려운데 용기있는 행위다' 며 격려하고 있다.

자녀가 불이익을 받을 텐데도 오죽했으면 공론에 부쳤겠느냐고 동정하기도 한다.

또 P교사의 금품수수와 불성실한 수업태도 등 또다른 문제들도 제기하고 있다.

반대편 글들은 'Y씨가 해묵은 개인 감정으로 교사를 매장시키려 한다' 고 일축하고 있다.

또 Y씨의 글이 현재 P교사가 담임을 맡고 있는 학급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교사의 권위 실추 및 사기 저하를 우려하는 내용도 많다.

논쟁이 감정적으로 치달으면서 처음엔 익명으로 거론되던 해당 교사와 Y씨 딸의 실명까지 공개돼버렸다.

Y씨 편에서 P교사의 이름을 밝혀버리자 P교사 편에서 Y씨 딸의 이름.학급을 공개했다.

또한 치맛바람이 심한 학부모였느니, 양성소 출신 교사니 하는 인신공격성 글까지 난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네티즌은 "엊그제가 어린이날이고 며칠 후면 스승의 날인데 못할 짓을 하고 있다" 며 "학생.교사.학부모 모두에게 상처만 주는 소모적 다툼을 중단하라" 고 촉구하고 있다.

또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에 대해선 "싸움을 붙여 일을 해결하기는 커녕 키웠다" 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며, 학교와 교육청에 대해선 "사태를 중재.해결하려는 노력없이 방관만 하고 있다" 는 비난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광주〓이해석.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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