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건보개혁, 낙태 포함 여부 막판 변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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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막바지 국면으로 접어든 미국의 건강보험 개혁에 낙태 문제가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했다. 낙태 시술에도 폭넓은 보험 혜택을 줘야 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재점화한 것이다.

민주당 소속 벤 넬슨(네브래스카주) 상원의원은 7일(현지시간) 낙태 시술에 대한 보험 적용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내용의 건강보험법안 수정안을 상원에 제출했다. 그리고 낙태를 반대하는 종교계 지도자들과 함께 수정안 관철을 다짐했다. 대체로 진보 성향의 민주당 의원들이 낙태에 찬성하는 편이지만 넬슨 의원의 경우에서 보듯 낙태 문제는 개인적 신념과 많이 연관돼 있다. 따라서 당 지도부의 설득이 쉽지 않은 부분이다.

지난달 7일 하원을 통과한 건강보험법도 사실은 수정안이었다. 보수적 색채가 강한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공적보험 제도(퍼블릭 옵션)’가 도입되는 상황에서 낙태 시술에 연방정부의 자금이 지원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막판에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 법안은 임신부의 생명이 위험하거나 강간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영보험 구입 시에도 낙태 시술이 배제되도록 규정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민주당 상당수가 반대 의견이었지만 건강보험 개혁 자체의 좌초를 막기 위해 찬성표를 던졌다. 공화당 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나 홀로’ 찬성표를 던진 안 조셉 카오 의원 역시 수정안이 채택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제 이와 유사한 상황이 상원에서도 벌어지게 된 것이다.

당초 상원이 마련한 법안은 낙태에 대해 보다 느슨했다. 낙태 시술에 정부의 재정이 사용돼서는 안 되지만 개인 비용으로는 낙태 시술비도 지급되는 민영보험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하원처럼 이것도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 넬슨 의원의 주장이다. 신속한 법안 통과에 필요한 60석을 확보하기 위해 한 석이 아쉬운 민주당 입장에선 넬슨 의원의 입장을 배려해야 한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가 원군으로 생각하는 중도 성향의 공화당 소속 올림피아 스노, 수전 콜린스 의원은 정반대로 낙태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어서 민주당 지도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상원 관계자는 “건강보험법안이 낙태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게 아니라고 설득하며 양측의 타협을 주선하는 물밑 접촉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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