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산불지역 주택복구비 지원 적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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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6일 오후 7번 국도변의 고성.강릉.동해.삼척 인근의 산들. 예년 같으면 신록으로 뒤덮였을 산자락에 앙상하게 검은 뼈대만 남은 나무만 나뒹굴고 있다.

발길이 닿으면 흙먼지와 함께 무너져 내리는 산비탈과 검게 그을린 암벽 등에는 산불의 상흔(傷痕)이 그대로 남아 있다.

산불 발생 한달을 하루 앞두고 둘러본 영동지역 산림들이 흉물스런 몰골을 하고 있는 가운데 삶의 터전을 빼앗긴 2백99가구 8백50여명의 이재민들은 아직도 기막힌 현실에 한숨만 나온다.

마을회관 등을 전전하다 지난달 말 임시숙소인 5평짜리 컨테이너하우스에 입주했으나 생활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싱크대.TV.이동식 옷장.조립식 그릇장이 가재도구의 전부다.

컨테이너 30채가 설치된 강릉시 사천면 사천운동장에는 화장실과 세면장이 3곳씩 밖에 없어 일을 보려면 아침.저녁에는 20~30분 정도 줄을 서야 한다.

그나마 임시숙소도 비좁아 졸지에 이산가족이 된 이재민도 상당수 있다. 이재민 김옥항(金玉沆.48.여.강릉시 사천면 석교1리)씨는 "대학에 다니는 딸은 친구 자취방에서, 직장을 다니는 아들은 회사 옥상 단칸방 등을 전전하고 있다" 고 말했다.

높은 전기료 부담 때문에 이재민 대부분은 영상 3~4도까지 내려가는 쌀쌀한 날씨에도 난방용 전기보일러를 켜지 못하고 있다.

세살난 손자와 함께 살고 있는 손야길(孫野吉.63.사천면 판1리)씨는 "보일러를 켜면 전기료가 한달에 20만원 넘게 나오기 때문에 찬 방에서 지내고 있다" 며 "손자가 병이 날까봐 걱정된다" 고 말했다.

특히 이재민들은 이날 확정.발표된 정부의 피해보상기준에 대해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친다" 며 불만을 터뜨렸다.

주민들은 "정부가 최소한 주택복구비의 80% 이상을 무상지원해 주기를 바랐는데 실망스럽다" 고 한숨지었다.

논.밭이 딸린 주택을 임대해 생활해 온 주민들도 정부의 대책에 세입자에 대한 언급이 없어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강릉〓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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