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 우려한 일본 기업, 원전 마을에 몰래 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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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 시마네(島根)현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지역의 자치단체에 몇년 동안 거액의 기부금이 익명으로 전달되고 있어 화제라고 도쿄(東京)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가시마(鹿島)초(町)에는 2001년부터 올해까지 35억엔(약 350억원), 인접한 시마네초에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12억엔이 기부됐다. 올 6월에는 미스미(三隅)초에도 4억5000만엔이 전달됐다. '미스터리 기부'는 원자력 발전소의 신.증설이 확정된 이후에 시작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부의 주인공이 알려지게 됐다. 주고쿠(中國) 원전이었다. 민간기업인 주고쿠 원전의 관계자는 "발전소 건설.운영에 협력하는 지자체의 요청이 있으면 협력한다"고 말해 '익명 기부'가 지자체의 수금활동 결과임을 시사했다.

도쿄신문은 "원전을 유치하는 지자체는 법에 따라 약 12년 동안 정부 지원금을 받지만 기간 제한이 없는 기부금을 원하는 지자체가 많다"고 밝혔다. 도쿄 전력.간사이(關西)전력 등도 최근 일부 지자체에 기부금을 내기로 결정했다. 그래도 '익명 기부금'은 매우 이례적이다. 도쿄신문은 "공개적으로 너무 많은 기부금을 매년 받으면 원전 반대 단체 등의 항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원전 업체로서도 지자체를 계속 지원함으로써 사용한 핵 폐기물 저장시설 설치 등 다른 사업을 하는 데 유리하다는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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