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로원 등 미용봉사 13년 고정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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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3년째 불우 노인들에게 무료로 퍼머와 커트 등 머리 손질을 해주고 있는 헤어디자이너가 있다. 인천시 부평구 부평1동 '고정현 헤어시티' 의 고정현(高貞賢.41)원장.高씨는 세계적인 헤어디자이너 비달 사순씨의 몇 안되는 한국인 제자이기도 하다.

그가 노인들의 머리 손질에 나선 것은 1988년부터. 평소 친분이 두터운 인천 대은교회 전명구 목사의 권유로 경기 북부지역의 여러 산골마을에 미용 봉사활동을 떠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인천에서 3시간만에 도착한 그는 산골마을 할머니 15명 모두에게 퍼머를 해주었다. 할아버지 10여명의 머리도 손질했다.

"가정 형편상 머리를 서너달씩 손질 못하는 노인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

高씨는 이후 매년 5월 가정의 달이면 인천지역 양로원과 경로당을 찾아다녔으며, 94년부터는 부평에 미용실을 차려놓고 노인들을 맞이했다.

지금까지 高씨에게 머리 손질을 받은 노인은 3천명에 달한다. 대부분 60.70대 할머니들이다.

高씨에게 1년에 한번씩 3년째 퍼머를 한 裵모(67)할머니는 "벌써부터 내년 5월이 기다려진다" 고 말한다.

올해는 5월 1일부터 8일까지 매일 오전9시부터 오후1시까지 노인들을 상대로 최고급 퍼머약으로 머리 손질을 해주고 있다. 지난 1, 2일 이틀동안 1백명이 넘는 할머니들이 퍼머를 하고 갔다.

특히 지난 1월에는 미용사 3명과 함께 인천구치소로 미용 봉사활동을 나서 여자 재소자 60여명의 머리를 손질하기도 했다. 高씨는 "미용전문대학을 설립, 후진들을 양성한 뒤 이들과 함께 사회에 봉사하는 미용인으로 살아가고 싶다" 고 밝혔다.

인천〓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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