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방에선] 기마경찰대 창설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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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기마경찰대를 만들자. 한가지만 예를 들겠다.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처음 일본을 국빈 방문했을 때 이야기다. 일본의 고도(古都) 교토(京都)에서 전통 복장의 사무라이들이 말을 달리며 활쏘기 시범을 보이자 레이건 역시 사무라이 복장에 말을 타고 활쏘기에 나섰었다. 그 광경은 TV를 통해 전세계에 중계됐고 교토는 그 뒤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제주경찰청은 최근 기마경찰대 창설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관광의 1번지' 라는 제주 지역에 걸맞은 관광경찰의 모습을 모두 갖추겠다는 의도다.

한마디로 벌써 실현됐어야 할 방안이라는 생각이다. 혹자는 기마경찰대가 경찰 주요 업무인 방범활동에 비효율적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것으로 생각이 그쳐선 안된다. 기마경찰대를 통해 얻게 되는 시너지효과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소리다.

사실 우리 제주에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빼고는 제주를 돋보이게 할 '제주다운' 것들에 대한 상품화가 부족했다. 독특한 제주의 전통문화를 보여주지도 못했고 그런 프로그램도 드물었다.

현대의 관광이 명승지 순례만이 아닌 나라.지역마다의 문화체험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는 시각에서 본다면 두번 다시 찾아올 이유가 있을까. 영국 왕실 근위병들의 근무교대 의식은 이제 세계 누구나 아는 유명 관광프로그램이 됐다. 영국 왕실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그 사진 한장이 빠지면 영국에 다녀왔다는 소리도 못할 지경이다.

기마경찰대는 제주에서 빈번히 개최되는 의전행사의 격을 높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수차례 정상회담을 개최, 제주도가 이제는 한국의 '외교 1번지' 란 말까지 듣고 있으니 말(馬)이 등장하는 의전행사는 '제주다운' 멋을 풍기기에 충분하다. 조랑말의 본고장 제주를 알릴 기회가 자연스레 생기는 것은 물론이다.

아울러 기마경찰은 제주의 또다른 명물로 관광객들에게 각인될 것이다. 말을 타고 관광지 순찰에 나서는 경찰은 '위압적' 인 두려움의 대상이라기보다 친근한 이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딱딱한 경찰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는 부수적 효과는 자연히 따라오게 된다. 제주 기마경찰대가 정부 당국과 자치단체의 지원이 합쳐져 제대로 열매맺기를 기대해본다.

정구철 <탐라대 교수.체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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