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산불때 피해목 건축재로 손색없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동해안 산불의 산림피해조사와 복구방안이 한창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불에 그을린 피해목의 활용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달 6일부터 9일간 고성군과 강릉.삼척 등지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한 산불 피해 면적은 남산의 80배 넓이인 2만3천6백여㏊. 산림 및 농가 단기피해액만 6백40억원에 이른다.

산림청 임업연구원 산림생태과 신준환 과장은 "동해안 산불은 가파른 지형과 척박한 토양, 건조한 봄 날씨 등 지리적 특성 때문에 산림회복과 복구에 큰 어려움이 따른다" 고 말한다.

따라서 주능선.계곡.조림지 외곽지역은 자연회복을 유도하고, 산사태나 토양유실이 우려되는 곳은 인공조림과 사방사업을 할 예정. 특히 이번 불로 3.2㎝의 낙엽층이 0.8㎝로 변했고, 유충까지 말살돼 산림의 황폐화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과장은 "동해안 피해 산림의 회복은 10~15년 후에 어린나무가 형성되고, 40~1백년 지나야 안정된 숲을 형성할 것" 으로 내다봤다.

나비나 길앞잡이 같은 방랑종 곤충이 나타나는 것은 적어도 어린나무가 형성되는 15년 후, 그리고 동물.텃새 등 한곳에 머무르는 정주종 서식은 숲의 지붕이 형성되는 50년이 지나야 가능하다는 것.

한편 산불로 죽은 나무들을 서둘러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피해목 중 이용 가능한 나무는 줄잡아 50만㎥. 10톤 트럭으로 10만대 분량이다.

주로 가슴높이에서 직경 15~30㎝ 정도 되는 나무들로 껍질부분만 탔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공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임업연구원 목재활용과 이동흡 과장은 "수피가 타면서 탄화물질이 맨 위층에 위치한 유세포부분에 침착돼 재질이 단단해진다" 며 "이러한 탄화막 형성으로 나무의 가공은 다소 어려워지지만 오히려 균의 침투를 막는 장점이 있다" 고 말했다.

원목의 이용은 토목재 및 건축재는 물론 잘게 부숴 목탄이나 목초액을 얻을 수 있고, 조각을 내 가구용 나무 보드를 제작하는 데 활용한다.

이과장은 "현재 나무가격이 형성되지 않을 정도로 가격이 폭락했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며 "곧 우기가 닥치면 빗물과 함께 나무를 썩게 하는 균이 침투하기 때문에 서둘러 피해목을 활용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고종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