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서 '노다지' 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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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과학기술부는 최근 폐기물 자원화.재활용 기술개발을 '21세기 프런티어 연구개발사업' 으로 선정, 폐기물 재활용 산업을 일으키는 데 바람몰이 역할을 하고 있다.

매년 투입되는 기술개발 투자액만 1백억원. 그동안 우리나라에선 돈이 될 만한 폐기물의 상당량이 그냥 버려지거나 일본.미국 등 선진국에 거저 주다시피 넘겨졌다.

폐기물에서 값 나가는 금속이나 물질을 뽑아 낼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폐기물 활용과 사업화 전망에 대해 알아본다.

◇ 폐기물로 벤처를〓폐기물 재활용 업체인 삼보개발상사 정영수 사장은 도금업체가 흘려보내는 폐수 찌꺼기를 긁어 모아 연간 약 1백5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구리와 은 등 중금속이 대량으로 들어 있는 폐수를 잘 말리고 가공해 제련소에 파는 것.

환경오염의 주범인 도금폐수 찌꺼기는 처리가 어려워 골머리를 앓게 하지만 알고 보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 찌꺼기 1t당 평균 구리 1백50㎏(시가 약 20만원).은 5㎏(약 75만원)이 들어 있다.

최근 들어 도금폐수 외에도 폐차.폐윤활유.폐타이어.폐플라스틱.석탄회.다 쓴 전지.제강 분진.폐가전제품 등 폐기물에서 노다지를 캐는 사업이나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재처리 기술을 잘만 활용하면 금.은.니켈.망간.크롬 등 고가의 금속뿐 아니라 경질유까지 대량으로 뽑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폐기물 벤처' 붐을 예고하는 것이다.

한국자원연구소 이강인(49)박사는 "폐기물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 널려 있다" 며 "폐기물 재활용 사업이 정보통신에 이은 21세기 유망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 라고 말했다.

◇ 어떤 폐기물에서 어떤 물질을 얻나〓 '산업의 쌀' 처럼 안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로 활용도가 높은 플라스틱은 재활용 측면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현재 폐플라스틱을 녹여 파이프나 말뚝 등으로 다시 만들어 사용하지만 경질유나 가스를 생산할 수도 있다.

폐플라스틱 1톤당 이론상으로는 1천ℓ의 기름을 뽑아 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로는 약 5백ℓ(효율 50%)의 기름 생산이 가능하다. 난방용이나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질이 좋다.

폐플라스틱 재활용만으로 환경처리 비용과 기름값 등을 합하면 연간 약 1조원의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연간 2천3백만개(44만t) 이상 발생하는 폐타이어에서는 현재의 기술로도 t당 약 3백ℓ의 기름을 뽑을 수 있다.

정보통신.가전제품은 폐기물 중에서 재활용측면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품목이다.

컴퓨터 한대를 분해하면 플라스틱(전체 무게의 20~25%)이나 구리(30%).철(20%)등을 제외하고도 1돈쭝 이상(4~5g)의 금이 나온다.

냉장고에서는 전체 무게 대비 플라스틱 10%.철 60%.구리 20%가, TV는 플라스틱 20%.유리 20%.구리 등 귀금속 15~20% 정도를 얻을 수 있다.

단추형 전지에서는 은을, 리튬전지에서는 코발트를, 니켈.카드뮴 전지에서는 니켈과 카드뮴을 회수해 쓸 수 있다.

국내에서 연간 10억개 정도 발생하는 폐전지를 회수, 재활용하면 부가가치는 약 5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금속들은 대부분 수입해 쓰고 있다.

◇ 사업 전망〓우리나라는 거의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아주 크다.

연평균 5~15%의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연 5조원(2000년)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자원연구소 등 전문기관들은 2010년에 20조원으로 급팽창할 것으로 내다본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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